진도 팽목항 들머리에 마련된 시신안치소. 수습된 시신이 들어오면 사고 초기부터 자원봉사에 나선 천주교 광주대교구 소속 장례지도사들이 이곳에서 염을 한다. 진도/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팽목항 자원봉사 장례지도사들
가족들 슬픔 조금이라도 덜려
손·발가락 단정히 어루만지며
‘마지막 만남’ 준비하는 그들
“울면서 일하고 있다”
가족들 슬픔 조금이라도 덜려
손·발가락 단정히 어루만지며
‘마지막 만남’ 준비하는 그들
“울면서 일하고 있다”
아이들의 맨살은 차가운 바닷물과 오래 닿아 있었다. 얼굴을 씻어주고 손가락 하나하나를 정성스레 닦아낸다. 신발과 양말을 신지 않은 이를 만나게 되면 어루만지듯 발을 씻겨준다.
잠수요원들이 세월호에서 수습한 주검을 가족들보다 먼저 만나는 사람들이 있다. 사고 이튿날인 17일부터 전남 진도 팽목항으로 달려온 자원봉사 장례지도사들이다. 이들은 천주교 광주대교구 평생교육원에서 장례지도사 면허를 받은 전문가들이다.
팽목항 실종자 가족 숙소와 대책본부 오른편에는 10여동의 흰색 간이천막들이 눈에 들어온다. 신원 확인용 유전자(DNA) 채취소, 가족관계증명서 발급소, 응급실, 심리상담소와 함께 장례지도사들이 희생자들의 주검을 수습하는 공간이 있다.
‘병풍’이, 이곳이 주검을 수습하는 천막임을 알려주고 있다. 천막이지만 에어컨이 설치됐다. 온도와 습도를 낮춰 주검의 상태를 조금이라도 안정시키기 위해서다. 가족과 장례지도사가 아닌 이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쳐진 폴리스라인 밖으로 소독약 냄새가 새어 나온다.
수의를 입히고 입관을 준비하는 절차는 장례식장에서 이뤄진다. 팽목항 현지 장례지도사들은 주검 중 얼굴과 손발 등 맨살이 드러난 부분을 알코올로 씻어내고 단정하게 수습해 가족들과의 ‘아픈 재회’를 준비해주는 일을 한다. 신원 확인을 위해 입고 있던 옷은 따로 갈아입히지 않는다고 한다. 희생자가 평소 즐겨 입던 옷을 가족들이 알아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가족과의 재회를 준비하는 데는 주검의 상태에 따라 1~2시간 정도가 걸린다. 29일 팽목항에서 만난 광주교구 조아무개(51) 신부는 “장례지도사들은 천주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곳 팽목항에서 희생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일하는 것을 자신의 소명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한 장례지도사는 “가족들의 충격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저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매일 오후 4시 임시 천막 성당에서 열리는 희생자 추모 미사에 참석한다.
이날 새벽엔 주검 네 구가 팽목항으로 들어왔다. 모두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었다. 장례 전문가들이지만 설레는 수학여행 길에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목숨을 잃은 아이들을 만나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수습에 참여한 장례지도사는 “새벽 3시에 연락을 받고 뛰어가 밤새 아이들을 수습했다. 모두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가만히 있다가 사고를 당한 아이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고 했다. 다른 장례지도사는 “울면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진도로 내려간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는 트위터에 “가장 치유적인 일을 하는 봉사자들은 우리 같은 심리상담자들이 아니라 천주교 광주대교구에서 오신 장례지도사들이다. 아이들의 손가락, 발가락까지 얼마나 정성껏 닦아주던지…. 갓난아이 목욕시키듯, 시집가기 전날 딸과 함께 목욕탕에 간 엄마들 같았다”는 글을 올렸다.
진도/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
29일 오전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전남 진도체육관 의자에서 한 여성이 이불을 덮은 채 고개를 떨구고 있다. 진도/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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