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힌 정홍원 국무총리가 1일 진도실내체육관을 다시 찾았다. 사고 초기 정 총리를 향해 물병을 던질 정도로 분노했던 실종자 가족들은, 그의 방문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정 총리는 오전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수색구조 전문가들과 함께 실종자 가족들이 머무는 체육관을 방문했다. 정 총리는 가족들의 손을 잡으며 “얼마나 마음이 아프시냐. 최선을 다하겠다”며 위로 인사를 건넸다. 이어 체육관 단상에 올라 20여분간 수색 상황과 주검 유실 방지 대책 등을 설명했다. 한 실종자 가족이 “(팽목항에 있는) 신원확인소에 가봤느냐. 서울로 올라가기 전에 유가족들은 매일 보는 우리 아이들 상태가 어떤지 확인해 달라”고 요구했다. 정 총리가 “일정이 있다”며 즉답을 피하자 여기저기서 ‘확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결국 정 총리는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실종자 가족들의 감정은 정 총리가 떠난 뒤 격해졌다. 이주영 장관이 단상 마이크를 넘겨받은 뒤 동행한 수색구조 전문가들과 가족들의 대화를 주선하려 했다. 그러자 가족들은 “빨리 가서 애들이나 구해라”, “이제 지쳤다. 대화 말고 대책을 수립하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1시간여 동안 실종자 가족들의 고성이 터져 나왔고, 상당수 가족들이 분을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사고발생 16일째인 이날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주검 7구(오후 8시 기준)를 추가로 수습했다. 범정부사고대책수습본부는 “실종자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64개 격실에 대해 오는 3일까지 1차로 수색을 완료한 뒤, 4일부터는 열리지 않았던 격실에 대해서도 재수색에 나설 예정이다”고 밝혔다.
한편 효과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던 ‘다이빙벨’은 이렇다할 수색도 못한 채 진도 팽목항으로 철수했다. 대책본부는 새벽 3시20분께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의 다이빙벨을 수색에 투입했지만, 2시간여만인 오전 5시17분께 물 위로 올라왔다고 밝혔다. 다이빙벨은 수심 23m까지 내려갔으며, 탑승한 2명의 잠수요원들은 20~25분 정도 수색을 벌였다. 이들은 수색 작업을 이어갈 잠수요원 교체가 여의치 않자, 오전 11시께 사고 현장 해역에서 철수했다.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다이빙벨 투입 논란이 오히려 수색에 방해가 됐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팽목항에서 만난 한 가족은 “누가 다이빙벨이 만능이라고 했느냐”며 화를 내기도 했다.
진도/이재욱 송호균 기자, 서영지 기자 u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