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훼리호-세월호 사고 비교해보니
21년 전인 1993년 10월10일 전북 부안군 위도 근처 바다에서 서해훼리호가 침몰했다. 탑승자 362명 가운데 292명이 숨졌다. 배는 오전 10시께 물속으로 사라졌다. 침몰 지점은 육지에서 불과 4.5㎞ 떨어진 곳이었다. 그런데도 당시 구조된 사람들은 70명에 불과했다. 그 사건을 계기로 정부와 해경은 ‘구조 능력을 향상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세월호 사고로 확인된 희생자는 1일 현재 220명을 넘어섰다. 서해훼리호 사건 이후 강산이 두번이나 변했지만, 구조 능력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헬기·경비함 확충됐지만
“대형사고 대비책 전혀 없어
낚시꾼 1~2명 구할 수준”
해경 임무 규정하는 별도의 법 없어
권한과 그에 따른 책임도 불명확
사고예방 정책개발·예산배분 발목
■ ‘민생 해안치안’은 어디로 서해훼리호 사고 직후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해경의 해양사고 대처 능력이 도마에 올랐다. 당시 정치권은 “해난사고로 해마다 평균 166척이 침몰하고 200여명이 사망 또는 실종되는데도 해경이 보유하고 있는 해난 구조용 장비는 헬기 1대, 해난구조함 1척이 전부”라며, 예산·장비를 확충하고 해경의 역할을 사고 예방과 구난 등 ‘민생 해안치안’ 체제로 개편시키기로 했다. 현재 해경이 보유한 장비는 헬기 27대, 경비함 303척이다. 중국 어선들의 대규모 불법 조업을 단속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연안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은 상당 부분 확보된 셈이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 당시 구조 현장에 나타난 건 100t급 경비정 1척과 특공대원도 없이 급하게 출동한 헬기 3대뿐이었다. 한 해양 안전 전문가는 “솔직히 말해서 우리 해경은 바다에 낚시꾼 하나 빠지면 건져 올리는 정도의 구조만 대비했지 대형 여객선이 짧은 시간에 침몰하는 대형 사고에 대한 대비책은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해경은 자신들의 주 임무를 안보와 경비로 보고 있다. 해경의 ‘2014년 주요업무계획’을 보면, 첫번째 중점추진과제는 ‘전략적 해양경비 강화로 해양주권 수호’였다. 이와 관련해 △독도 해역 경비 △불법 외국어선 단속 △해상 대테러 등 특수임무 수행 능력 향상 추진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두번째 중점추진과제로 ‘해양사고 예방체계 구축으로 안전한 바다 조성’을 들고 있으나 △낚시 금지구역 지정 조례 제정 △해수욕장 안전관리체계 구축 등으로 예측 가능한 사고를 막겠다는 수준에 그쳤다. 세월호 침몰과 같은 대형 해난 사고에 대비하는 대책은 여전히 찾아볼 수 없다. ■ ‘법도 없는 해경’ 지위 그대로 서해훼리호 사고가 발생한 1993년은 내무부 치안국 소속이던 해경이 경찰청 소속으로 바뀐 지 2년째 되는 해였다. 한 해양학과 교수는 “서해훼리호 사고 때는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해경의 숫자도 적었고, 따라서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비판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했다. 해경은 1996년 해양수산부 외청으로 독립했다. 그러나 해경 지위와 업무를 받쳐주는 법적 근거는 20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해경은 조직의 구성과 임무를 규정하는 별도의 법이 없이, 경찰에게 적용되는 경찰법과 경찰관직무집행법을 ‘준용’하고 있다. 해상 수색과 구조 업무는 수난구조법 등 근거 법령이 있기는 하지만, 해경 업무 대부분이 여러 법률에 흩어져 있어 권한과 책임이 불명확한 게 현실이다. 이런 현실은 대형 해난 사고에 대비한 책임있는 정책 개발이나 예산 배분 등을 막는 원인이 된다. 이은방 한국해양대 교수(해양경찰학과)는 “해경은 해상 안전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면서 영어 명칭도 ‘코리아 코스트 가드’(Korea coast Guard)로 바꿨다. 행정서비스만 하는 일반 경찰과 달리 해상 구조의 책임을 맡은 해경은 기술적인 임무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별도의 조직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1996년 해운법 시행령 개정으로 여객선 안전 운항과 관련된 조처는 해양수산부 장관이 해경에 위임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해경은 여전히 배가 출항할 때 승선하는 승객들의 검문검색만을 맡고 있는 실정이다. 해경 관계자는 “선박 출항시 안전 관리는 해운조합의 운항관리실이 맡고 있고 해경은 주로 수상한 승객들에 대한 검문검색만을 담당하고 있다. 해경이 선박 안전과 관련해 개입할 수 있는 시점은 선박 조난 신고가 접수되는 순간부터”라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김어준의 KFC #번외편] 세월호 3대 의혹!
헬기·경비함 확충됐지만
“대형사고 대비책 전혀 없어
낚시꾼 1~2명 구할 수준”
해경 임무 규정하는 별도의 법 없어
권한과 그에 따른 책임도 불명확
사고예방 정책개발·예산배분 발목
■ ‘민생 해안치안’은 어디로 서해훼리호 사고 직후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해경의 해양사고 대처 능력이 도마에 올랐다. 당시 정치권은 “해난사고로 해마다 평균 166척이 침몰하고 200여명이 사망 또는 실종되는데도 해경이 보유하고 있는 해난 구조용 장비는 헬기 1대, 해난구조함 1척이 전부”라며, 예산·장비를 확충하고 해경의 역할을 사고 예방과 구난 등 ‘민생 해안치안’ 체제로 개편시키기로 했다. 현재 해경이 보유한 장비는 헬기 27대, 경비함 303척이다. 중국 어선들의 대규모 불법 조업을 단속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연안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은 상당 부분 확보된 셈이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 당시 구조 현장에 나타난 건 100t급 경비정 1척과 특공대원도 없이 급하게 출동한 헬기 3대뿐이었다. 한 해양 안전 전문가는 “솔직히 말해서 우리 해경은 바다에 낚시꾼 하나 빠지면 건져 올리는 정도의 구조만 대비했지 대형 여객선이 짧은 시간에 침몰하는 대형 사고에 대한 대비책은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해경은 자신들의 주 임무를 안보와 경비로 보고 있다. 해경의 ‘2014년 주요업무계획’을 보면, 첫번째 중점추진과제는 ‘전략적 해양경비 강화로 해양주권 수호’였다. 이와 관련해 △독도 해역 경비 △불법 외국어선 단속 △해상 대테러 등 특수임무 수행 능력 향상 추진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두번째 중점추진과제로 ‘해양사고 예방체계 구축으로 안전한 바다 조성’을 들고 있으나 △낚시 금지구역 지정 조례 제정 △해수욕장 안전관리체계 구축 등으로 예측 가능한 사고를 막겠다는 수준에 그쳤다. 세월호 침몰과 같은 대형 해난 사고에 대비하는 대책은 여전히 찾아볼 수 없다. ■ ‘법도 없는 해경’ 지위 그대로 서해훼리호 사고가 발생한 1993년은 내무부 치안국 소속이던 해경이 경찰청 소속으로 바뀐 지 2년째 되는 해였다. 한 해양학과 교수는 “서해훼리호 사고 때는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해경의 숫자도 적었고, 따라서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비판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했다. 해경은 1996년 해양수산부 외청으로 독립했다. 그러나 해경 지위와 업무를 받쳐주는 법적 근거는 20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해경은 조직의 구성과 임무를 규정하는 별도의 법이 없이, 경찰에게 적용되는 경찰법과 경찰관직무집행법을 ‘준용’하고 있다. 해상 수색과 구조 업무는 수난구조법 등 근거 법령이 있기는 하지만, 해경 업무 대부분이 여러 법률에 흩어져 있어 권한과 책임이 불명확한 게 현실이다. 이런 현실은 대형 해난 사고에 대비한 책임있는 정책 개발이나 예산 배분 등을 막는 원인이 된다. 이은방 한국해양대 교수(해양경찰학과)는 “해경은 해상 안전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면서 영어 명칭도 ‘코리아 코스트 가드’(Korea coast Guard)로 바꿨다. 행정서비스만 하는 일반 경찰과 달리 해상 구조의 책임을 맡은 해경은 기술적인 임무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별도의 조직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1996년 해운법 시행령 개정으로 여객선 안전 운항과 관련된 조처는 해양수산부 장관이 해경에 위임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해경은 여전히 배가 출항할 때 승선하는 승객들의 검문검색만을 맡고 있는 실정이다. 해경 관계자는 “선박 출항시 안전 관리는 해운조합의 운항관리실이 맡고 있고 해경은 주로 수상한 승객들에 대한 검문검색만을 담당하고 있다. 해경이 선박 안전과 관련해 개입할 수 있는 시점은 선박 조난 신고가 접수되는 순간부터”라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김어준의 KFC #번외편] 세월호 3대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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