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있는 경기도 안산을 출발해 1일 오후 진도 팽목항에 도착한 김병권 세월호 사고 유가족 대책위원회 공동대표(모자 쓴 이)가 실종자 가족을 만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번 사고로 숨진 단원고 2학년 김빛나라 학생의 아버지다. 진도/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단원고 희생자 유족들, 실종자 가족들과 ‘눈물의 재회’
안산 단원고 2학년 5반 학부형 2명이 서로를 끌어안았다. 어머니들은 오랫동안 보듬은 팔을 풀지 못했다. 진도 팽목항에 세워진 천막에서 여러 날을 함께 보냈지만, 한 사람은 자식을 만났고 다른 한 사람은 그러지 못했다. 아직 아이를 찾지 못하고 지쳐 있는 어머니가 애써 씩씩한 표정으로 먼저 안부를 물었다. “올라가서 잠은 잘 잤어? 자기가 건강하게 잘 지내야, 그래야 우리 아이도 빨리 나오지. 그래야 우리도 빨리 올라가지.” 듣고 있는 어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만 작게 끄덕였다. 미안해할 게 없을 텐데도 표정에는 미안한 마음이 배어 나왔다.
진도에 남은 한 아버지가 안산에서 내려온 다른 아버지의 손을 이끌고 식당으로 향했다. “왜 이렇게 야위었어요. 식사를 잘 안 챙기시나 보네. 같이 밥 먹어요.” 안산 아버지는 이미 장례를 치렀고, 진도 아버지는 아직 아이의 주검을 찾지 못했다.
2학년 4반 박아무개(17)군의 아버지가 바다를 향해 쪼그려 앉아 담배 한 대를 피워 물었다. “벌써 장례를 치렀지만 눈만 감으면 아직도 저 차가운 바닷속에 있을 아이들, 여기를 지키고 있는 다른 부모들이 떠올라요. 다 같은 마음일 거예요. 다 내 자식 같죠. 미안한 마음에 도저히 집에 있을 수가 없었어요.”
“눈 감으면 바닷속 아이들 떠올라”
장례 마친 부모 150여명 ‘진도행’
서로 끌어안고 풀어질 줄 모르고
실종자 가족은 오히려 유족 위로
“늑장정부 회개하라” 행진하기도
구호 사이 아이이름 부르며 절규
세월호 유족들이 1일 다시 진도를 찾았다. 아이를 잃었고, 장례까지 마친 이들 150여명이 경기도 안산에서 버스 5대에 나눠타고 팽목항으로 돌아왔다. 이날 오전 출발에 앞서 안산에서 만난 한 유가족은 “사실 우리보다 더 슬픈 사람이 아직 자녀의 생사를 모르는 부모들이지 않겠나. 팽목항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유가족들이 이렇게 뜻을 모았다”고 했다. 진도에는 아직도 실종자 가족 100여명이 머물고 있다. 안타깝고 안쓰러운 재회였다. 진도에 남아 있던 이들이 오히려 ‘주검을 우리만 먼저 찾았다’며 미안해하는 이들을 위로했다. 검은 양복 차림으로 팽목항을 찾은 2학년 3반 나아무개(17)양의 아버지(42)는 “미안해서 왔다”고 했다. “남은 애들을 생각하면…. 우리 딸을 생각하면 너무 분하고 원통해서…. 그래서, 그래서….” 그는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뿔테안경 아래로 흘러내리는 굵은 눈물을 연신 훔쳐냈다.
오후 4시10분께 진도에 도착한 유가족들은 바다가 보이는 팽목항 상황실 천막 앞에서 구호를 외쳤다. “늑장정부 회개하라”, “이 정부를 믿을 수 없다”, “내 새끼를 안고 싶다”, “내 아들을 보고 싶다”, “제발 살려내라”. 처음에는 누군가 먼저 구호를 외치면 나머지 사람들이 따라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저마다 외치는 절절한 구호가 어지럽게 터져 나왔다. 구호 사이로 울음도 새어 나왔다.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과 최상환 해양경찰청 차장이 두 손을 모은 채 죄인처럼 그 옆에 섰다.
유가족들은 어느덧 대열을 갖춰 걷기 시작했다. 지난 20일 경찰이 막아섰던 ‘청와대 행진’ 이후로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함께 걷는 것은 처음이었다. 다 같이 맞춰 입고 온 하얀색 반팔티에는 굵은 매직으로 “너무 춥지 빨리 돌아와”, “아빠 품으로” 등 간절하고 서러운 글귀들이 적혀 있었다. ‘따뜻한 아빠의 품’은 물기 가득한 목소리로 구호를 외칠 때마다 쿨렁거렸다.
한 아버지는 “어린 생명을 앗아간 정부. 살인자”라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었다. 발걸음을 멈춘 채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기도 했다. “○○아, 보고 싶다”, “엄마가 미안해, ○○야”.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진도체육관에서도 눈물의 재회가 이어졌다. “함께하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울먹이는 한 유가족을 끌어안으며, 단원고 실종자 어머니가 말했다. “그래도 우리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들은 단원고 식구밖에 없네요. 아까 국무총리가 다녀갔는데, 아무 필요가 없었는데 식구들이 오니까 위안이 되네요.” 유족들은 이날 밤 9시께 다시 버스를 나눠타고 안산으로 돌아갔다. 진도/송호균 이재욱 기자, 안산/김일우 기자 uknow@hani.co.kr
“눈 감으면 바닷속 아이들 떠올라”
장례 마친 부모 150여명 ‘진도행’
서로 끌어안고 풀어질 줄 모르고
실종자 가족은 오히려 유족 위로
“늑장정부 회개하라” 행진하기도
구호 사이 아이이름 부르며 절규
세월호 유족들이 1일 다시 진도를 찾았다. 아이를 잃었고, 장례까지 마친 이들 150여명이 경기도 안산에서 버스 5대에 나눠타고 팽목항으로 돌아왔다. 이날 오전 출발에 앞서 안산에서 만난 한 유가족은 “사실 우리보다 더 슬픈 사람이 아직 자녀의 생사를 모르는 부모들이지 않겠나. 팽목항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유가족들이 이렇게 뜻을 모았다”고 했다. 진도에는 아직도 실종자 가족 100여명이 머물고 있다. 안타깝고 안쓰러운 재회였다. 진도에 남아 있던 이들이 오히려 ‘주검을 우리만 먼저 찾았다’며 미안해하는 이들을 위로했다. 검은 양복 차림으로 팽목항을 찾은 2학년 3반 나아무개(17)양의 아버지(42)는 “미안해서 왔다”고 했다. “남은 애들을 생각하면…. 우리 딸을 생각하면 너무 분하고 원통해서…. 그래서, 그래서….” 그는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뿔테안경 아래로 흘러내리는 굵은 눈물을 연신 훔쳐냈다.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 유족들이 1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주변에 머물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려고 팽목항을 찾아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울고 있다. 이들은 사고 수습과 구조에 혼선을 빚고 있는 정부 당국을 비판하며 행진을 벌였다. 진도/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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