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사 선체서 인양중 놓친 주검
빠른 조류탓 90분만에 떠내려가
그물 설치·항공기 동원 수색에도
“조류방향 예측 어려워 한계”
빠른 조류탓 90분만에 떠내려가
그물 설치·항공기 동원 수색에도
“조류방향 예측 어려워 한계”
세월호 실종자 수색 작업이 장기화하면서 ‘주검 유실 사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 산하 ‘희생자 유실 방지 전담반’의 강준석 부단장은 2일 “조류의 속도와 흐름 등을 감안해 분석한 결과, 사고 당일인 4월16일 주검이 유실됐다면 60~70㎞ 지점까지 이동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항공기와 선박 등을 동원한 수색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사고 해역에서 상당한 거리까지 주검이 흘러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지난달 30일에는 기름 방제 작업을 하던 어민이 사고 지점에서 북서쪽으로 2.4㎞ 떨어진 곳에서 단원고 여학생의 주검을 발견했다. 그런데 2일 오전에는 정반대 방향인 남동쪽 4.5㎞ 지점 해상에서 구명조끼를 입은 채 표류하던 여성 희생자를 해경 선박이 발견했다. 대책본부는 “이는 유실된 주검이 아니라 잠수사가 선내 3층 중앙부에서 발견해 인양 중 강한 조류 때문에 놓쳤다가 해상 수색으로 다시 인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검이 불과 1시간30분 만에 4.5㎞ 거리를 표류했다는 점에서 유실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30㎞ 떨어진 해안에서 가방과 옷 등 유실물이 발견되기도 했다.
대책본부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아직 수습하지 못한 실종자가 많은데 수색 작업은 더디고, 게다가 주검조차 수습하지 못하는 정도가 되면 뒷감당이 더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빠른 물살이 원망스러운 상황이다. 사고 해역의 조류는 밀물 때 북서쪽, 썰물 때는 남동쪽으로 흐른다. 대책본부는 두 주검이 각각 밀물과 썰물을 타고 표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책본부가 앞서 사고 지점 북서쪽 15㎞ 해상과 남동쪽 7㎞ 해상에 각각 8㎞와 5㎞ 길이의 닻자망(닻을 달아 바닷속에 고정한 그물)을 설치한 것도 이런 조류의 방향을 고려한 조처다. 또 인근 섬의 어민들이 설치한 낭장망(긴 자루 모양의 그물) 489개는 금어기가 시작되는 16일 이후에도 치우지 않게 해 주검 유실 방지에 이용하기로 했다. 대책본부는 길이 200m, 높이 70m의 그물을 단 저인망 쌍끌이 어선 8척으로 침몰 지점에서 8~15㎞ 떨어진 구역을 수색하겠다고도 밝혔다.
전문가들은 사고 해역의 조류가 변화무쌍해 그물 등을 설치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동하며 수색하는 쌍끌이 어선에도 ‘구멍’이 있을 수밖에 없다. 박성현 목포해양대 교수는 “이 해역에서는 다른 사고 때 주검이 8㎞ 거리에서 수습된 적이 있다. 그물을 치더라도 조류 방향과 세기로 볼 때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맹골수도에서만 50여년간 일했다는 어민 장춘배(77)씨도 “이 바다는 조류의 방향이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한다. 배 전체를 그물로 둘러싸면 모를까, 조류가 흘러가는 쪽에 그물 몇개 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2010년 천안함 사고 때는 배와 함께 침몰한 장병 46명 중 6명의 주검이 끝내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여전히 돌아오지 않은 실종자 70여명의 가족들은 슬픔에 더해 극심한 초조감을 보이고 있다. 한 단원고 학생의 아버지는 전날 진도체육관에서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발견된 아이들 상태가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고 한다. 내 아이지만 자신을 못 하겠다. 내 아이를 내가 보더라도 못 알아볼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진도/송호균 기자, 목포/안관옥 기자
uknow@hani.co.kr
이슈세월호 참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