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뗏목풀려 한발 뗀 게 구호의 전부”
세월호에는 선내 안내방송뿐만 아니라 무전기, 비상벨 등 승객들한테 탈출하라고 알릴 수 있는 수단이 4가지 있었지만 사고 당시 선원들이 이를 외면하고 먼저 탈출하는 바람에 무용지물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선원이 구명뗏목을 바다에 투하하려고 구명뗏목 쪽으로 발을 살짝 댔다가 미끄러울 것 같아 포기한 것이 선원들이 했던 승객 구호 조처의 전부로 조사됐다.
검경합동수사본부는 5일 “세월호에서는 비상시 선원들이 승객들에게 탈출을 안내하기 위해 △조타실 안내방송 △조타실 승무원의 무전기 4대 △조타실 비상벨 △기관부 선원실 전화기 등을 활용할 수 있었지만 실제로 사용되지 못해 승객들의 피해가 컸다”고 밝혔다.
수사본부는 “사고 당시 선장, 3등 항해사, 조타수가 모여 있던 조타실에 선체 모든 곳에 방송할 수 있는 장비가 있었고, 고장 없이 작동되고 있었지만 사고 발생 이후 1시간가량 시간이 있는데도 활용되지 못하고 말았다”고 밝혔다.
조타실에는 방송 장비가 작동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비상벨도 갖추고 있었다. 비상벨을 짧게 7번, 길게 1번을 누르면 ‘퇴선 지시’를 뜻한다. 비상벨로도 배 전체에 퇴선 지시를 내릴 수 있었다.
승무원들이 휴대하고 있던 무전기가 조타실에 4대가 있었다. 이를 통해 사무승무원에게 무전으로 탈출 지시를 했더라면 승객들에게 전달이 가능했다. 하지만 승무원들은 무전기로 양아무개 사무장에게 ‘구명조끼를 입고 선내에서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을 지시한 뒤 일체 교신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마지막으로 3층 기관부 선원실 안에 있던 전화기도 쓸모가 없었다. 이 전화기는 숫자 ‘0’번만 누르면 선내 방송을 할 수 있었지만 승무원들은 선원실 앞 복도에 집결한 16일 오전 9시5분부터 해경 경비정에 구조된 40분까지 35분 동안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선박직 승무원들의 유일한 승객 구호 조처는 일부가 구명뗏목을 펴려고 발을 한 번 뗐다가 미끄러울 것 같아 거둬들인 것뿐이다. 여러 수단 중 하나라도 이용해 퇴선 안내방송이나 지시만 했어도 더 많은 승객이 구조됐을 것”이라고 말했다.목포/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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