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절친했던 경기도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4명의 유골함이 6일 오후 평택시 서호추모공원 봉안실에 모여 있다. 평택/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부모들 평택 추모공원에 자녀들 유골 봉안함 함께 안치
“친구들이랑 까르르~수다 떨며 재미있게 지내~~^^”
“친구들이랑 까르르~수다 떨며 재미있게 지내~~^^”
세월호 참사로 숨진 경기도 안산 단원고 2학년3반 박아무개(17)양의 유골 봉안함 바로 옆에는 평소 친했던 2학년4반 임아무개(16)군의 유골 봉안함이 놓였다. 박양의 어머니는 임군의 유골이 들어 있는 봉안함 유리에 ‘우리 ○○이 옆에 있게 되었네. 듬직하고 선한 모습 참 좋더라. ○○이랑 다 같이 잘 지냈으면 좋겠어’라는 쪽지 글을 붙였다.
박양의 봉안함 바로 위에는 2학년6반 황아무개(16)군 유골이 들어 있다. 박양의 어머니는 황군의 봉안함 유리에도 ‘우리 ○○이랑 같이 있게 되었네.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 사진 보니까 기분이 좋아지네. 다 같이 잘 지내길 바랄게. 자주 보자’라는 쪽지 글을 써붙였다.
박양의 대각선 바로 위에는 친구들을 구하고 숨진 2학년4반 정차웅(16)군의 봉안함이 마련됐다. 박양의 어머니는 정군에게도 ‘○○이랑 같은 곳에 있게 되었네. 의로운 차웅이랑 같이 있게 돼서 참 좋다. 다 같이 잘 지내렴’이라고 쪽지 글을 남겼다.
세월호 사고로 숨진 단원고 학생들이 안치돼 있는 경기도 평택시 청북면 서호추모공원 납골당 101호에는 반은 달랐지만 친하게 지냈던 4명의 학생 유골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친한 친구들과 떨어지면 외로울까봐 유가족들이 아이들의 유골 봉안함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것이다.
납골당 152호에도 친했던 여학생 7명의 유골이 모여 있다. 김아무개(16)양 등 2학년3반 학생 3명, 2학년 1반 김아무개(16)양, 2학년9반 박아무개(16)양 등이 함께 있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병권(50)씨의 딸 김빛나라(16)양과, 대변인을 맡고 있는 유경근(44)씨의 딸 유예은(17)양의 유골도 친구들 옆에 나란히 놓였다. 유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예은이와 친구들이 사이좋게 모였어요. 예은아~ 아빠 다시 올 때까지 친구들이랑 까르르~ 수다 떨며 재미있게 지내~~^^’라는 글을 남겼다.
학생들의 봉안함에는 유골과 함께 학생증, 휴대전화, 어릴 적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 등이 들어 있다. 납골당 103호에 안치돼 있는 인아무개(16)군의 봉안함 유리에는 ‘혼자 일상으로 돌아가서 미안해. 평생 안 잊어버리고 기억하고 살 거니까 너도 잘 지내길 바래…너 몫까지 우리가 열심히 살게. 약속해. 다음에도 내 동생으로 태어나줘’라는 편지 글이 붙어 있다. 인군의 누나가 쓴 것이다. 다른 학생들의 봉안함 유리에도 ‘○○아 사랑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등과 같은 유가족들의 쪽지 글이 붙었다.
서호추모공원에는 세월호 사고로 숨진 단원고 학생 50여명의 유골이 9개 방에 나뉘어 안치돼 있다. 안산에 추모공원이 생기면 학생들의 유골은 그곳으로 옮겨 안치된다.
안산/김일우 김기성 김지훈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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