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학부모회소속 학부모들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장에서 세월호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기자회견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참학’ ‘엄마의 노란손수건’ 등
시민단체·포털 카페 회원들
“세월호 눈감고 어찌 아이 키울까”
시민단체·포털 카페 회원들
“세월호 눈감고 어찌 아이 키울까”
세월호 참사 3주일 만에 맞은 올해 어버이날은 카네이션과 축하 행사 대신 노란 리본과 추모집회로 숙연했다. 8일 낮 1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인 ‘어버이들’의 가슴엔 빨간 카네이션이 아닌 노란 리본이 달려 있었다. 찬 바닷물 속에 아이들을 버려둔 어른으로, 학부모로 “면목이 없어서”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참학)는 이날 ‘세월호 참사의 아픔 속에서 우리는 카네이션을 달 수 없습니다’는 이름의 기자회견과 추모집회를 열었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엄마의 가슴으로 미안합니다. 분노합니다. 함께합니다”라고 외쳤다. 학부모의 감정은 슬픔과 죄책감과 분노가 뒤엉켰다. 국민을 보호하지 못한 무능한 정부를 규탄하며 안전 대책과 특검, 책임자 규명을 요구할 때 학부모들은 결연했다. 하지만 세월호 희생자의 부모 된 심정으로 숨진 아이들을 떠올릴 땐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나왔다.
나명주 참학 서울동북부지회장은 전날 빗속에서 시작된 1박2일 촛불행진을 마치고 광화문을 찾았다. 나 지회장이 “세월호 아이들이 마지막까지 불렀을 말 엄마, 엄마, 엄마… 세월호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엄마들이 어떻게 아이를 키울 수 있겠습니까”라고 되묻자 기자회견장은 순식간에 진도 팽목항으로 변했다.
학부모들은 주머니에 구겨 넣어둔 카네이션을 종이배 12개에 나눠 담았다. 이것을 가지고 청와대로 행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 쪽으로는 교보문고 앞 횡단보도 하나를 건너보곤 길이 막혔다. 학부모들은 목적지를 시청 광장으로 바꾸고서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8일 오후 6시30분 대전역 서광장에서는 자녀의 손을 잡은 엄마 30여명이 침묵시위를 벌였다. 엄마들의 다른 한 손에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손팻말이 들렸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엄마의 노란 손수건’, ‘2030 맘 모여라’ 카페 회원들이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엄마들이 눈물을 흘리자 광장을 오가던 시민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카페 회원들은 어린이날인 5일 ‘피해자 가족들과 슬픔과 분노를 나누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철저한 진상 규명을 해 제2의 참사를 막아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박연화(36)씨는 “오늘이 어버이날이어서 더 마음이 무겁다. 아이들이 모두 부모 품으로 돌아오고 사고의 원인은 철저히 밝혀져야 한다”고 짚었다. 엄마들은 30여분 동안의 침묵시위를 마치고 역 광장 시민분향소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촛불을 들었다.
전정윤 기자, 대전/송인걸 기자 ggum@hani.co.kr
참교육학부모회소속 학부모들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장에서 세월호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기자회견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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