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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노란 리본,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된다는 경고”

등록 2014-05-08 20:41수정 2014-05-16 16:47

박운양(44)씨
박운양(44)씨
진도서 리본 만들기 봉사 박운양씨
“나라가 싫다는 고교생 딸 분노에
뭐든 해야겠다 싶어 자원해 나서”
전남 진도체육관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아빠’ 박운양(44)씨는 어버이날인 8일, 빨간 카네이션 대신 자신이 손수 만든 노란 리본을 왼쪽 가슴에 달았다. 서울에 있는 두 딸이 달아줄 빨간 카네이션에 대한 아쉬움은 전혀 없는 듯했다. 이발과 면도를 하지 못해 꺼칠한 모습의 박씨는 열심히 노란 리본을 만들었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체육관을 찾는 이들에게 달아줄 리본이다.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고 오시는 분들도 체육관 입구에서 떼거든요.”

세월호 사고가 나던 지난달 16일, 첫째딸(고3)은 생일이었고 둘째딸(고2)은 제주도에 있었다. 수학여행 마지막날이었다. 다음날 수학여행에서 돌아온 딸은 처음으로 ‘이 나라가 싫다’며 욕설을 내뱉었다. “내가 참 무력하게 느껴졌어요. 내가 뭐라도 해야지 딸들과 함께 이 아픔을 얘기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부활절이던 지난달 20일 진도행 고속버스에 몸을 싣고 체육관에 도착해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박씨는 체육관에 있는 실종자 가족들과 자원봉사자들, 방문객들 가슴에 달리는 ‘노란 리본’을 직접 만든다. 온라인에서 노란 리본이 세월호 추모와 애도의 상징이 되어 퍼지는 것을 보고 노란 리본을 사온 뒤 똑같이 만들기 시작했다. 방문객이 많을 때는 다른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하루 16시간 동안 리본을 만들었다. “노란색은 ‘경고’의 의미가 있잖아요. 추모, 애도, 귀환에 대한 희망을 담고 있는 이 노란색이 결국에는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된다’며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던지는 경고가 아닐까요.”

박씨는 현관 안팎에 있는 ‘추모와 애도의 게시판’도 관리한다. 박씨가 처음 진도에 내려온 지난달 20일까지만 해도 게시판이 없었다. 세월호를 타고 제주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는 인천 하늘고 학생들의 쪽지를 정리해서 붙이는 박씨의 모습을 보고 ‘나도 쓰고 싶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읍내 문방구에서 메모지와 펜을 사왔다. “가족분들이 제가 책상을 지키고 앉아서 리본을 만드는 것을 보면 위안이 되신대요. 이렇게라도 책임을 나눠 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진도/글·사진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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