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비리론 사재출연 강제 한계
유씨 직접책임 규명 수사력 집중
유씨 직접책임 규명 수사력 집중
검경합동수사본부가 8일 청해진해운 대표 김아무개(71)씨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전격 체포하면서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한 조사와 처벌도 시간문제가 됐다. 수사가 속도를 내는 것은 세월호 사고 책임을 유 전 회장에게도 물어 나중의 손해배상 처리를 수월하게 하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사고 관련 수사 주체를 두 곳으로 나눠 진행하고 있다.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사고의 직접적 원인을,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유 전 회장의 그룹 계열사에 대한 횡령·배임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특별수사팀은 유가족·실종자 가족의 손해배상 지원을 위해 유 전 회장의 은닉 재산을 찾는 작업도 병행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내비쳤다. 유 전 회장에 대한 수사는 그동안 경영 비리 및 은닉 자금 의혹에 집중됐으나, 수사본부가 사고 원인과 관련해 청해진해운 대표와 유 전 회장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유 전 회장은 양쪽에서 수사를 받을 공산이 커졌다.
수사본부가 사고 원인과 관련해 유 전 회장을 겨누는 것은 그룹 계열사에 대한 횡령·배임 혐의만으로는 직접적인 배상 책임을 묻기 어렵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선박 사고가 발생했을 때 배상 책임은 선장과 선주에게 함께 지운다. 세월호의 경우 선주는 법인인 청해진해운인데, 청해진해운은 부채가 자기 자본의 4배가 넘어 배상 능력이 거의 없다. 더군다나 유 전 회장은 현재 청해진해운은 물론 그룹 계열사의 주식과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고, 두 아들은 대표이사가 아니고 지분만 갖고 있어 배상 책임을 입증하기 어려운 구조다.
검찰은 청해진해운 최대주주인 ㈜천해지와 지주회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를 지배하는 유 전 회장 일가의 개인비리를 파헤쳐 사재 출연을 압박한다는 계산이지만, 유 전 회장 일가가 버티면 강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검찰이 지금껏 파악한 유 전 회장 일가의 국내 재산 규모는 2400억원 이상이다. 검찰로선 손해배상의 ‘밑천’은 마련한 셈이다. 금융감독원의 감사보고서 등을 보면, 유 전 회장의 두 아들이 보유한 주식과 부동산(공시지가 기준) 자산은 2013년 말 기준으로 1665억9200만원어치다. 여기에 최측근을 통해 관리하는 자금도 수백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유 전 회장 일가는 외국에도 부동산 등 상당한 재산이 있다.
유 전 회장 일가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으려면 그와 세월호 사고의 인과관계가 어느 정도 규명돼야 한다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단순히 재산 증식 과정에서 그룹 계열사 가운데 한 곳인 청해진해운의 안전 관리 부실을 초래했다는 정황만으로는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형사적으로 유 전 회장이 세월호 증축이나 과적 등 사고 원인에 직접 연루됐다는 정황이 드러나면 민사적으로 배상 책임의 소재를 가리기가 한결 쉽다”고 말했다.
유 전 회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에는 세월호 운영·관리 과정에서 청해진해운 대표 김씨가 그에게 보고를 했거나 지시를 받았는지를 규명하는 게 관건이 된다. 검찰 관계자는 “청해진해운 직제상 유 전 회장이 ‘회장’으로 돼 있지만 경영에 깊이 관여한 흔적이 있는지는 김씨가 어떤 진술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인천/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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