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에서 한 시민이 무릎을 꿇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안산/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세월호 참사 6대 책임자
➊ ‘선박직’ 승무원들
➊ ‘선박직’ 승무원들
온 국민을 충격과 비탄에 잠기게 한 세월호 침몰사고가 나흘 뒤면 한달째를 맞는다. 실종자 가운데 29명은 여전히 가족들 품에 돌아오지 못했다. 사망·실종자는 304명에 이른다. 안전보다 이익을 앞세운 선사와 제 한목숨 건지기에 급급했던 선원들, 구조에 실패한 해경과 해군, 관리·감독에 손을 놓은 채 관련 단체들과 ‘공생’해온 해양수산부, ‘컨트롤타워’ 역할은커녕 면피성 태도로 일관한 청와대 등의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모두가 애통해했던 지난 한달간 드러난 사실들을 되짚어 누구에게 무슨 잘못이 있었는지를 점검해 봤다.
자기들만 아는 통로로 이동·집결
탈출시간 있는데 “방송 불가능”
해경 구조뒤에도 승객 위치 안알려 기관장 박아무개(43)씨 등 승무원들이 위험을 가장 먼저 알아차리고 ‘자신들만 아는 통로’로 오전 9시5분께 3층에 집결하는 과정에서도 같은 층에 있는 안내 데스크를 통해 선내 방송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해경에 구조되기까지 40여분 동안 자신들의 탈출에만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승무원들은 당시가 근무시간임에도 근무복이 아닌 평상복으로 옷을 갈아입고는 “좌현으로 탈출할 사람만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9시37분)는 교신을 남긴 채 배를 떠났다. 결국 이들이 말한 ‘탈출할 사람들’은 승객이 아니라 자신들이었던 셈이다. 거짓말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준석 선장은 사고 발생 초기 “상황이 급박해 배 밖에 나와 있는데 마침 구조대가 와서 탈출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들은 진도 관제센터 등과의 교신을 통해 해경 경비정 ‘1척’이 오고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 이들이 구조되기 20분 전인 9시16분에는 “10분 이내에 경비정이 도착할 것”이라는 말을 진도 관제센터로부터 전해 듣는다. 그사이 승무원들은 급격하게 기운 선체에서 탈출하기 위해 조타실 밖으로 로프를 설치하는 ‘준비’까지 마쳤다. 해경 경비정이 세월호로 접근하자 조타실 밖으로 나와 자신들의 위치를 적극적으로 알렸다. 트렁크 팬티 차림의 선장과 승무원들은 경비정에 올라탔다. 이 과정에서 구조에 나선 해경에게 선체 구조나 승객들의 위치, 현 상태를 알려준 승무원은 아무도 없었다. 세월호 선체에 올라 이미 고장난 구명벌을 펴려고 노력하는 해경만 멀뚱멀뚱 바라보는 것이 고작이었다. 선장과 항해사 등이 ‘탈출’했을 때 승객들은 ‘가만히 대기하라’는 안내방송만 믿은 채 여전히 객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선장과 승무원들이 구조되고 40여분이 지난 10시17분까지도 학생들은 ‘해경이 왔다’, ‘아직 움직이면 안 된다’, ‘기다리라는 안내방송 이후에 다른 방송을 안 해준다’는 카카오톡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가까스로 구조된 단원고 김아무개(17)군은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에 친구들이 모두 구명조끼를 입고 방 안에서 기다렸다”고 했다. 서아무개(54)씨도 “기다리라는 방송만 믿고 그저 기다리던 착한 아이들만 피해가 컸다”고 말했다. 선장과 승무원의 부적절한 처신과 거짓말이 속속 드러나면서, 애초 업무상 과실치사와 수난구호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던 방향도 바뀌고 있다. 수사본부는 선장과 승무원들이 자신들의 구조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승객들의 탈출을 일부러 지연시켰거나 선박 안에 승객들을 방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선장은 승객 대피 의무가 있고, 그러지 않을 경우 인명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봐야 한다. ‘피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본인도 탈출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박승헌 기자 abc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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