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전문 의료진의 심리 지원과 더불어 희생자 가족 주변 사람들의 구실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희생자 가족이 스스로 심리지원센터 등을 찾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주변사람 구실 중요”
희생자 유가족 1천명 육박
친인척까지 합하면 수천명
도·시 건강센터 운영하지만
접촉 피하는 유가족 상당수
희생자 유가족 1천명 육박
친인척까지 합하면 수천명
도·시 건강센터 운영하지만
접촉 피하는 유가족 상당수
“세월호 침몰 사고는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와는 완전히 다르다. 어린 학생들이 많이 희생돼 부모는 자신의 미래도 함께 사라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훨씬 큰 충격을 받게 된다. 특히 시간이 흐르면서 부모의 희망이 절망으로 바뀐 사건이다. 부모는 심리상담을 받는 것 자체를 사치라고 느끼게 된다.”(차명호 평택대 피어선심리상담원장)
세월호 침몰 사고로 희생된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 250명(사망 234명, 실종 16명)의 가족 상당수가 심리상담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식을 잃은 충격이 큰 탓에 심리상담 자체를 거부하거나 기피하는 부모가 많기 때문이다.
정부가 세월호 사고 희생자 가족과 구조자, 지역주민 등의 심리지원을 위해 설립한 안산 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는 12일 “학생 등을 잃은 안산의 유가족 238가구 가운데 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 심리안정팀과 접촉한 가구는 현재까지 67.6%(161가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 1일부터 운영되기 시작한 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는 유가족이 안산이나 주변 도시에서 장례식을 치를 때부터 2명씩 심리안정팀을 파견해 심리상담을 하고 있다. 심리안정팀은 국립서울병원, 국립춘천병원,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중앙자살예방센터 등에서 나온 의사와 정신보건 전문요원 등 4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상태가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병원에 인계하는 일을 한다.
그러나 희생자 유가족의 32.4%(77가구)는 제대로 접촉이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접촉이 아직 되지 않고 있거나 접촉이 돼도 심리상담을 기피하는 유가족들이다. 안산의 유가족 거의 대부분은 단원고에 다니던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심리지원을 하시는 분들이 자주 찾아오지만 유가족들이 충격을 너무 크게 받아 외부 접촉 자체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유가족들이 제대로 된 심리상담과 치유를 받지 못하다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일어나고 있다. 지난 11일 새벽 1시18분께 경기도 안산 단원구 화랑유원지에 차려진 정부합동분향소 뒤쪽 숲에서 침몰 사고로 아들을 잃은 ㅅ(51)씨가 목숨을 끊으려다 경찰에 발견됐다. 신고자는 그의 딸이었다. 서씨는 그동안 심리안정팀의 접촉에도 불구하고 상담을 받지 않았다. 앞서 9일 오후 5시50분께에는 아들을 잃은 어머니 ㄱ(44)씨가 단원구 자택에서 약물을 먹고 쓰러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그를 발견한 이도 다른 유가족이었다. ㄱ씨는 다음날 심리상담을 받기로 돼 있었다.
차 원장은 “부모의 충격이 너무 큰 사건이기 때문에 전통적인 방식의 접근으로는 심리상담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상담’이라는 목적을 드러내지 않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밥도 함께 먹고 일도 거들어주며 자연스럽게 유가족들과의 신뢰를 쌓아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에서 심리안정팀을 총괄하고 있는 심민영 국립서울병원 심리적외상관리팀장은 “비통함과 불신이 크다보니 심리안정팀의 접촉에도 어려움이 많은 상태다. 유가족들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동시에 유가족들과의 접촉으로 소통의 고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산/김일우 김기성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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