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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세월호 6가지 소문’ 사실 확인 ②

등록 2014-05-12 21:06수정 2014-05-13 00:29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④ 탈출하다 손가락 골절된 시신들 발견?
대책본부 “손가락 골절 희생자 없다”

4월21일 저녁 8시, ‘손가락 골절 시신 등 선실서 다수 발견’이라는 <연합뉴스> 기사가 인터넷에 떴다. 내용은 없고 제목만 뜬 ‘수색 속보’였다. 이후 이 내용도 근거도 없는 보도는 빠르게 윤색·과장되기 시작했다. 여러 언론이 잇달아 ‘탈출 과정에서 기울어진 바닥을 붙잡고 버티려다 부러진 것으로 보인다’, ‘좌초될 때 여기저기 부딪혀 부러졌을 수 있다’, ‘필사의 탈출’ 등의 기사를 내보냈다. 출처는 거의 예외없이 익명의 해경 관계자, 수색에 참여한 민간 잠수사 등이었다.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은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실제로 ‘손가락 골절’ 주검이 있긴 있었다. 지난달 21일 아침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채 인양된 ‘64번 희생자’였다. 신원을 확인하기 위한 안내문에는 ‘왼손 중지 골절 치료(손가락 깁스)’라고 쓰여 있었다. 이 희생자는 세월호에 타기 전에 이미 손가락이 부러져 깁스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주검들 가운데 손가락 골절이 있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해경과 잠수사들은 이런 가능성을 낮게 봤다. 고민관 서귀포해양경찰 경비구난과장은 “사고 이후 손가락이 골절된 희생자가 있는지를 곧바로 확인할 수는 없다. 골절 여부는 부검을 해야 알 수 있다. 현재 주검들은 거의 몸이 굳은 채로 인양되고 있어 잠수사들이 만져봐도 골절 여부를 알 수 없다”고 했다. 희생자들이 숨진 지 오래됐고, 차가운 바닷물 속에 장시간 있었던 탓에 육안 검사에서는 물론 손으로 만져봐도 골절 여부는 확인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민간 잠수사들도 “캄캄한 바닷속에서 겨우 주검을 수습하는데 손가락 골절을 어떻게 아느냐. 말도 안 된다”고 했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의 보도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상당수 주검 손가락 골절’에서 ‘대다수 주검 손가락 골절’로 확대 재생산되기 시작했다. 지난달 24일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공식적으로 “손가락이 골절된 채 발견되는 주검은 없었다”고 밝혔다. 대책본부는 “왼손 중지 손가락에 깁스한 희생자는 있었다. 그러나 손가락이 골절된 다른 희생자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현재까지도 손가락이 골절된 채 발견된 주검은 ‘64번 희생자’가 유일하다. 7일 해경이 희생자들의 휴대전화 메모리카드를 가족에 앞서 확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또다시 음모론이 퍼지고 있다. 휴대전화를 움켜쥔 희생자들의 손을 해경이 억지로 펴는 과정에서 손가락 골절이 일어났다는 식이다. 아직도 온라인에는 ‘필사의 탈출, 손가락 골절’ 따위 기사가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광주 5·18 민주화운동 당시 피해·희생자들의 어머니 모임인 ‘5월 어머니집’ 회원들이 12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서 세월호 실종자 가족을 위로한 뒤  사고현장 쪽을 바라보며 추모하고 있다. 
 진도/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광주 5·18 민주화운동 당시 피해·희생자들의 어머니 모임인 ‘5월 어머니집’ 회원들이 12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서 세월호 실종자 가족을 위로한 뒤 사고현장 쪽을 바라보며 추모하고 있다. 진도/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⑤ 외부 불순세력 개입해 정치공세?
‘유가족인척 하면서 선동하는 여자’ 거짓 드러나

권은희 의원 SNS 글 내리고 사과
정부 비판을 선동으로 몰아붙여

세월호 사고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총체적 무능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외부세력의 선동’으로 몰아붙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를 향한 ‘불순세력의 정치공세’로 여기는 시각이다.

경기 안산의 합동분향소에서 올라온 희생자 가족들은 9일 새벽부터 오후까지 청와대 앞에서 대통령 면담을 요구했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12일 기자간담회에서 “가족들이야 청와대에 가겠다고 왔지만, 그 기회를 이용해 가세하려는 외부세력의 움직임이 있고, 희생자 가족들이 이념적인 집회에 이용당할 우려가 있었다”고 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순수 유가족’ 발언으로 ‘외부세력 개입설’을 키웠다. 민 대변인은 유족들이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하던 시간에 “실종자 가족들은 진도에 있지 여기 있을 가능성이 적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같은 날 “사회불안·분열 야기 언행은 국민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며 누구를 향하는지 ‘방향이 애매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보수언론들도 정치적 목적을 가진 이들이 여론에 편승해 ‘선동’을 하고 있다는 보도를 계속해서 내보내고 있다. 지난달 20일 정부 대처에 불만을 품은 실종자 가족들이 한국방송을 거쳐 ‘청와대 행진’을 했을 때도 “외부세력이 선동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당시 실종자 가족들은 진도 팽목항과 진도체육관에서 각각 논의를 거쳐 자발적으로 행진을 결정했다.

지난달 20일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도 “유가족인 척하면서 선동하는 여자의 동영상이 있다. 같은 여자가 밀양 송전탑 반대 시위에도 똑같이 있다”는 내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전문 시위꾼’, ‘외부 선동꾼’이 실종자 가족들을 부추긴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동영상 속 여성은 실제 실종자 가족이었다. ‘선동꾼’ 중 하나로 몰린 권아무개(41)씨도 “진도에 간 적이 전혀 없다”고 했다. 권 의원은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사과를 해야 했다.

조대엽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보수진영은 세월호 사고가 정권책임론으로 발전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결국 위기를 느낀 보수진영이 외부세력론을 꺼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했다.

이재욱 송호균 기자 uk@hani.co.kr


⑥ 정부가 일부러 다이빙벨 투입 막았다?
조류 세고 수심 깊어 다이빙벨 효과 못얻어

이종인 대표 “가족들에 죄송하다”

세월호 침몰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무능한 정부’를 대신하고 나선 ‘상징적 존재’가 바로 다이빙벨이었다.

종(벨) 모양의 철제 구조물인 다이빙벨의 원리는 간단하다. 다이빙벨에는 수면 위에서 공기를 공급하는 장치와 무거운 추가 달려 있다. 잠수사가 탑승한 상태로 수중에 투입하면 다이빙벨 안에 자연스럽게 ‘에어포켓’이 형성된다. 공기통을 멘 잠수사가 한번에 길어야 20~30분밖에 수중 수색을 못하는 반면, 다이빙벨을 이용하면 좀더 긴 시간 수색을 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세월호 사고에서 다이빙벨의 존재가 본격 부각된 것은 사고 발생 사흘째인 지난달 18일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가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제이티비시>(JTBC) 뉴스에 출연하면서다. 이 대표는 “다이빙벨은 유속에 상관없이 20시간 정도 연속 작업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주장했다. 사흘 뒤 이 대표는 다이빙벨을 싣고 현장까지 갔지만, 해경은 안전사고 우려 등을 이유로 투입을 거부했다.

그때부터 “정부가 다이빙벨 투입을 일부러 막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해경은 “전문가 등의 자문을 거친 결과, 한곳에서만 잠수를 시도해야 하는 다이빙벨보다는 여러 곳에서 동시에 잠수를 시도하는 수색이 적합하다. 일부가 오랫동안 잠수를 하는 것보다는 수시로 교대하며 작업하는 현재의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다이빙벨은 분명히 장점이 있다. 수심이 비교적 얕고 조류가 약한 곳에서는 효과적일 수 있다고 해경도 인정했다. 하지만 사고 해역은 조류가 유달리 거센데다 수심도 다이빙벨 작업 조건과는 맞지 않았다. 게다가 선체 길이가 140m에 이르는 세월호 수색에 다이빙벨을 달랑 1대 투입해서는 감당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해군 역시 “군에 민간 다이빙벨보다 성능이 우수한 장비가 있지만, 사고 해역의 조건에 맞지 않아 사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장점만 지나치게 부각되면서 ‘유일한 해법’인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특히 지난달 24일 실종자 가족들이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과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에게 더딘 수색·구조 작업에 항의하는 자리에서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가 “정부가 20시간 연속 구조작업이 가능한 다이빙벨 투입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고, 이에 호응한 일부 실종자 가족들이 강하게 요청하자 이 장관은 “민간 다이빙벨을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제이티비시 뉴스에 출연한 이종인 대표는 거침없이 “조류에 관계없이 20시간 연속 작업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이빙벨은 정작 작업 과정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달 30일 수중 수색에 들어간 다이빙벨은, 단 1구의 주검도 수습하지 못한 채 2시간여 만에 물 위로 건져올려졌다. 거센 조류에 떠밀려 흔들린데다 공기를 공급하는 선 등이 꼬였기 때문이다. 다이빙벨은 결국 빈손으로 철수하고 말았다. 이 대표는 “진심으로 가족들에게 죄송하다”면서도 “저한테는 이 기회가 사업하는 사람으로서도 그렇고, 뭘 입증하고 입증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잖아요”라고 말했다.

다이빙벨 투입 논란이 지속된 여러 날 동안 수색에 모였어야 할 현장의 노력들이 엉뚱한 곳에 허비됐다. 실종자 가족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왔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 관련 기사 : 세월호 6가지 소문 팩트 확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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