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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세월호 6가지 소문’ 사실 확인 ①

등록 2014-05-12 21:11수정 2014-05-13 00:29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대형 재난사고가 발생하면 여러 루머가 떠돌기 마련이다. 어떤 것은 여론의 ‘자정작용’을 통해 사라지지만, 또 어떤 것은 오히려 언론과 여론에 편승해 확대되기도 한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정부에 대한 불신, 정부의 입만 바라보는 언론, 진영 논리에 갇힌 일방적 주장들이 뒤섞이면서 의혹은 ‘사실’로 굳어진다. 사실(팩트)이 아닌 것을 두고 벌어지는 소모적 논쟁이 아까운 시간과 노력을 까먹고 불신을 확대재

생산한다. 세월호 사고를 둘러싼 대표적 루머들을 ‘팩트 체크’ 해봤다.

① 사고당일 오전 7시20분에 KBS 자막에 ‘구조신호’ ?
담당PD “송출실 진짜 화면 받아놔…의혹제기 답답”

안행부·소방청 “오전 8시께 침몰”
해수부 “8시30분” 진도군 “8시25분”
애초 불명확한 정보로 혼란 키워

세월호 사고 발생 시각을 둘러싼 각종 ‘설’과 의혹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세월호와의 교신기록을 늑장 공개한 해경, 보고 기관마다 중구난방인 사고 발생 시각이 음모론을 키우는 자양분이 됐다.

세월호 침몰 다음날인 지난달 17일 오전 한 포털사이트에 사고 발생 시각을 의심하는 글이 올라왔다. ‘선장은 7시20분에 구조 요청했다. 8시58분이 아니다’라는 제목이었다. 사고 발생 시각을 무려 1시간40분이나 앞당긴 근거는 사고 당일 오전 7시20분께 방송된 <한국방송>(KBS) 프로그램 <굿모닝 대한민국>의 자막이라고 했다. 포털사이트에 의혹을 제기한 이는 “7시20분께 이 프로그램에서 뉴스속보로 인천에서 제주로 가는 배가 구조신호를 보냈다는 뉴스를 분명히 봤다”고 주장했다. 당시 방송 장면이라고 ‘주장’하는 화면 사진은 온라인을 타고 급속하게 퍼져나갔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본 이들은 또 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의궤, 8일간의 축제>라는 다큐멘터리를 소개하는 방송 화면 위아래가 불투명하게 ‘블러’ 처리가 됐는데, 이를 두고 일부러 자막을 지운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굿모닝 대한민국> 제작진은 애초 ‘7시20분 사고’ 자막 자체가 없었고, 따라서 자막을 일부러 지운 적도 없다고 했다. 박도환 피디는 “매일 2시간씩 방송을 하는데 자체 촬영분 말고 다른 업체에서 찍은 화면을 재가공하기도 한다. 우리는 화면을 16:9로 쓰지만, 어떤 곳은 4:3을 쓴다. 우리 화면에 맞게 다시 비율을 맞추고, 원본에 있던 불필요한 자막을 지운 것을 두고 이런 의혹이 일었다”고 했다. 박 피디는 “이걸 가지고 의혹을 제기하니 답답할 뿐이다. 송출실에서 당시 나간 진짜 화면도 받아놨다”고 했다.

한국방송이 운영하는 트위터 글을 갈무리한 사진도 ‘7시20분 사고설’을 부추겼다. 사고 당일인 16일 오후 4시19분 한국방송 트위터에는 “오전 7시20분부터 침몰한 세월호 수중탐색이 재개됐다”는 글이 올라왔다. ‘16일 오후 4시19분’이라는 시간이 의혹을 부추겼다.

하지만 이는 4월17일 오전 8시59분에 올라온 내용이었다. 트위터의 시간표시 방식이 ‘로그인’을 하기 전에는 트위터 본사가 있는 미국 시각이 표시되지만, 로그인을 하면 한국 시각이 표시되는 탓에 혼란이 생긴 것이다.

이런 의혹이 사실처럼 받아들여진 데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급속하게 번지는 온라인의 특성도 있지만 애초부터 불명확한 정보로 혼란을 키운 정부의 책임도 크다. 당일 사고 발생 시각을 기록한 정부기관 보고서는 제각각이었다.

정부는 첫 사고 접수 시각이 4월16일 오전 8시52분이라고 밝혔지만, 안전행정부와 소방방재청 공문에는 ‘오전 8시께 침몰중’이라고 나와 있다.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해양조사원은 사고 당일 ‘항해경보(제14-155)’를 발령하며 사고 발생 시각을 ‘오전 8시30분’으로 적었다. 진도군청 상황실이 작성한 ‘세월호 여객선 침몰 상황보고서’는 ‘오전 8시25분’에 사고가 발생했다고 기록했다. 이들 기관은 논란이 된 뒤에야 뒤늦게 착오라고 해명하고 수정하기에 바빴다.

해경 관계자는 “해경에서 작성한 상황보고서는 사고 접수 시각을 오전 8시58분으로 기재했다. 의혹을 깨끗하게 털기 위해서라도 기관마다 왜 다르게 보고가 됐는지, 정확한 사고 발생 시각은 언제였는지를 수사를 통해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 탓에 세월호 사고 실종자 수색 작업이 사흘째 중단된 12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맹골 죽도길에서 거센 파도가 치고 있다. 파도 왼쪽 위가 사고 현장이다.  진도 조도섬/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 탓에 세월호 사고 실종자 수색 작업이 사흘째 중단된 12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맹골 죽도길에서 거센 파도가 치고 있다. 파도 왼쪽 위가 사고 현장이다. 진도 조도섬/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②‘에어포켓’ 존재?
차수벽 충분찮은 로로선 ‘에어포켓’ 가능성 적어

뱃머리 떠있어 수색 우선순위
사실은 평형수 안 채운 공간

세월호 사고 초기, 실종자 가족들과 온 국민을 애타게 만들었던 것 가운데 하나는 ‘에어포켓’(선체 내 공기층)의 존재를 두고 벌어진 ‘희망 고문’이었다. 선박이 침몰하더라도 뒤집힌 선체 격실 등에 물이 들이차지 않은 빈 공간이 일부 생길 수 있다. 이곳에 선체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은 공기가 남아 있을 수 있는데, 이게 에어포켓이다. 바다 밑으로 급속히 가라앉은 세월호 선체 안에도 이런 공간이 생겼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리고, 배 안에 갇힌 생존자들이 에어포켓에 모여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사고 초기 상황을 지배했다.

세월호 침몰 직후 언론과 전문가 등은 에어포켓의 존재 가능성을 매우 높게 봤다. 세월호 뱃머리 일부가 사고 발생 3일째인 18일 낮까지도 수면 위로 솟아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선체를 물 위로 띄우는 부력의 존재는 선체 내 공기층 때문에 가능하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게다가 지난해 선박 전복 사고로 대서양 바다 밑에 갇혔던 선원이 3일 만에 구조됐다는 외국 사례가 반복 보도되면서 에어포켓의 존재는 ‘기정사실’이 됐다. 일부 매체는 에어포켓 안에 33명이 생존해 있다는 식의 ‘확인할 수 없는 구체적 보도’까지 쏟아냈다.

에어포켓에 대한 믿음은 한시가 급한 수색·구조의 ‘우선순위’까지 바꿔놓았다. 공기가 차 있는 뱃머리 쪽에 생존자가 있을 수 있으니 이곳부터 수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일부 민간 전문가들은 사고 다음날인 17일부터 언론 인터뷰에서 “뱃머리 쪽에 배에 남아 있던 공기가 차 있다.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 여기부터 수색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다 보니 초기 수색·구조 작업의 초점은 ‘에어포켓 보호’에 맞춰진 측면이 크다. 특히 사고 초기에 객실 유리창을 깨고 선체 내부로 서둘러 진입해야 한다는 적극적인 의견은 ‘에어포켓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의견과 섞이며 힘을 얻지 못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애초부터 에어포켓이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적의 공격을 가정하고 건조되는 군함이나 2만t 이상 초대형 크루즈 선박 등에는 바닷물 유입을 막는 ‘차수벽’이 충분히 설치돼 있다. 이는 사고 발생시 에어포켓 형성 가능성을 높인다. 반면 세월호 같은 연안여객선은 차수벽이 충분치 않다. 특히 배 뒤쪽 램프형 출입구를 통해 차량이 직접 진입하는 세월호 같은 로로선은 바닷물이 한번 들어오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가 없다고 한다. 침몰 초기에 에어포켓이 일부 형성됐더라도 금세 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에어포켓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부른 ‘세월호 뱃머리’는 원래 배의 균형을 잡아주는 평형수가 채워져야 할 공간이었다. 검경합동수사본부의 수사 결과, 세월호는 평형수를 권고 기준의 4분의 1 정도만 채운 것으로 드러났다. 평형수가 부족한 사실을 몰랐던 상황에서 배가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이유를 에어포켓에서 찾게 된 셈이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사고 8일째인 지난달 23일 “구조팀이 3·4층 다인실을 집중 수색했지만 에어포켓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수색작업을 지휘한 해군 고위 간부는 “선체가 왼쪽으로 기울면서 (에어포켓은) 우현 쪽으로 옮겨갔을 텐데 밀폐 공간에 온갖 부유물이 뒤엉켜 있어 공기가 분산되거나 사라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0년 천안함 침몰 때도 에어포켓의 존재가 논란이 돼 실종자 가족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당시 천안함은 배가 반으로 쪼개지면서 가라앉은데다 희생자들의 사망 추정 시간이 모두 비슷해 에어포켓이 애초부터 형성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됐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③ 잠수함 충돌? 어뢰 격침? 암초에 좌초?
선박 증축·과적·고박 불량 등 원인

김일성 생일·한-미훈련 시기 겹쳐
‘외부 충격설’ 그럴듯하게 퍼져

세월호 침몰 원인을 두고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던 사고 초기에는 ‘암초 충돌설’도 제기됐다. 평소에 다니지 않던 진도 맹골수도 항로에 들어선 세월호가 암초를 타고 넘다 침몰했다는 것이다. 생존자들 가운데 일부가 배가 기울기 전에 ‘쾅’ 하는 소리를 들었다는 ‘증언’이 이런 주장을 받쳐주는 근거가 됐다. 일부 전문가들도 ‘암초설’에 힘을 실었다. 세월호 정도 크기의 배가 완전히 뒤집히면서 침몰하려면 선체에 큰 구멍이 뚫려야 하는데, 내부에서 구멍이 저절로 생기는 일은 거의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수십년간 진도 근처 바다에서 고기를 잡아온 지역 주민들은 사고 해역은 암초가 없는 곳이라고 했다. 사고 당일 단원고 학생들을 직접 구조한 서거차도 허학무(60) 이장은 “이 지역에 암초는 없다. 1만t 이상의 큰 배가 다녀도 암초에 걸릴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암초설이 수그러들자 ‘외부 충격설’의 또다른 버전이 등장했다. 북한 어뢰에 피격당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세월호 침몰 전날인 4월15일이 북한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이라는 것이 ‘근거’로 제시됐다. 일부에서는 ‘국가정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을 덮기 위한 ‘의도적 침몰’이라는 터무니없는 주장까지 나돌았다.

이 와중에 미군 잠수함과의 충돌설까지 제기됐다. 사고 당일인 4월16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이 비준되도록 하려던 ‘준비된 사건’이라는 황당무계한 주장이었다. 침몰 시기가 한-미 해군 연합훈련 기간이라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국방부는 잠수함 충돌설에 대해 “당시 해당 지역에서 작전이나 훈련은 없었다. 게다가 사고 해역은 수심이 얕아 잠수함이 활동할 수 없는 곳”이라고 했다. 실제로 사고 해역의 최대 수심은 47m에 불과하다.

경찰은 포털사이트에 ‘세월호 침몰이 한-미 해군훈련에 참가한 미군 잠수함과의 충돌 때문이다’, ‘한-미 해군 합동군사훈련 때문에 세월호가 사고 난 항로를 이용했다’는 등의 글을 퍼뜨린 이들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좀 더 적극적인 구조활동을 하기 바라는 취지에서 글을 올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경합동수사본부의 수사를 통해 현재까지 드러난 세월호의 침몰 원인은 복합적이다. △선박 증축에 따른 복원성 부족 △최대 적재량의 2~3배에 이르는 화물 과적 △화물 고박(고정 결박) 불량 등이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선박의 균형을 잡아주는 평형수를 덜 채우는 대신 그 무게만큼 화물을 더 싣고, 물살이 유난히 빠른 맹골수도에서 급격한 변침(항로 변경)까지 한 상황들이 겹치고 겹쳤다. 항해 중 맞닥뜨린 외부 요인이 아니라, 승객들의 안전보다 화물 과적으로 몇천만원의 화물 운송료 수입을 더 얻고자 한 탐욕이 사고를 부른 셈이다.

최우리 기자

▷ 관련 기사 : 세월호 6가지 소문 팩트 확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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