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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야 집에 가자…○○○선생님 빨리오세요…”
실종자 가족들 팽목항 밤바다 모여 통곡

등록 2014-05-14 20:22수정 2014-05-14 20:26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서 13일 오후 수녀가 한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진도/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서 13일 오후 수녀가 한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진도/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우리가 부르면 혹시 알아요?
비닷속에서 듣고 달려올지…”
소리쳐 이름 부르다 실신…
만월이었다. 별이 보이지 않는 밤하늘에 둥근 달 하나가 유난스레 빛났다. 잔잔한 달빛 물결 아래에 삼삼오오 모인 이들의 낮은 어깨가 서러웠다. 어두운 밤바다를 향해 그리운 딸 아이의 이름을 소리쳐 부르던 모정은 끝내 넋을 잃고 말았다.

14일 새벽 0시20분께, 세월호 실종자 가족 30여 명이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 모였다. 세월호 침몰 사고 29일째인 이날까지도 배 안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실종자 28명을 애타게 기다리는 마음이 불러낸 자리다. 한달 가까이 진도실내체육관과 팽목항 등에 머물고 있는 실종자 가족 40여명(범정부사고대책본부 추산)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이날 밤 팽목항을 찾았다.

“밤이 되면 바다가 조용해질테니까, 그때 우리가 크게 이름이라도 부르면 혹시 알아요? 바닷속에서 그 소리를 듣고 달려올지….” 팽목항으로 출발하기 직전, 진도실내체육관 밖에서 전세버스를 기다리던 경기도 안산 단원고의 한 학부모가 말했다. 해가 저물기 전까지만 해도 “구조작업을 해야 아이들을 찾지, 우리가 부른다고 나오나”라며 떨떠름한 표정을 짓던 권오복(60)씨도 일찌감치 팽목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권씨는 동생 재근(51)씨와 조카 혁규(6)군을 기다리고 있다.

팽목항에 모인 30여 명의 실종자 가족은 이날 권재근씨를 시작으로 일반인 실종자 8명, 단원고 선생님 5명, 학생 16명 등 모두 29명의 이름을 차례로 세번씩 불렀다. 여기에는 이날 시신이 수습됐으나 당시까지 신원이 최종 확인되지 않은 단원고 학생 한명의 이름도 들어 있었다. 일반인과 선생님께는 “빨리오세요”를, 학생한테는 “집에 가자”를 외쳤다. 29명의 이름을 모두 불렀을 무렵, 실종자 가족의 흐느낌은 어느덧 통곡이 되어 밤바다를 흔들었다.

“○○아, 엄마한테 와. 엄마가 미안해. 지켜주지도 못하고, 구해주지도 못하고, 꺼내주지도 못하고…. 제발 엄마한테 와, ○○야.”

팽목항의 밤바다는 무심했다. 불러도 대답없는 바다를 향해 경기도 안산 단원고의 한 학부모는 “내가 지금 우리 딸 살려달라는 게 아니잖아요. 얼굴만이라도 보게 제발 돌려만 주세요”라며 두손 모아 빌다 지쳐 쓰러졌다. 가족들 뒤를 말없이 지키던 여경의 어깨가 소리없이 들썩였다.

돌아오지 못하는 이들의 이름을 부른 이들 30여 명은 실종자 가족지원실이 마련된 팽목항 대합실 앞을 찾아 구호를 외치는 것으로 이날 밤의 의식을 마쳤다. “정부는 가족들을 돌려달라, 정부는 아들, 딸을 돌려달라!”

진도/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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