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현 교수(미국 솔즈베리대·가운데) 등 미국에서 활동하는 학자 5명이 13일(현지시각) 워싱턴 내셔널 프레스클럽에서 외국 학자 1074명을 대표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정부의 책임을 묻는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연세대 교수들 ‘전국민적 참회’ 제안
경희대 교수들 “교육혁신 계기 삼자”
나라밖 교수 1074명 성명 참여
정부에 원인규명·대책마련 요구
경희대 교수들 “교육혁신 계기 삼자”
나라밖 교수 1074명 성명 참여
정부에 원인규명·대책마련 요구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세월호 사고가 드러낸 우리 사회의 총체적 취약성을 반성하고 성찰하는 대열에 국내외 교수·학자 1384명이 동참했다.
연세대 교수 131명은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우리가 목격한 것은 국가라는 제도의 침몰과 책임의식이라는 윤리와 양심의 침몰이었다. 무기력한 국가와 황폐해진 사회의 실상이 여지없이 드러난 세월호의 비극을 전국민적인 참회와 반성의 계기로 삼기를 제안한다”는 성명을 냈다.
‘슬픔을 안고 공동체 회복의 실천으로’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교수들은 “스승의 날을 맞아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문을 탐구하는 교수들부터 자신을 돌아보고자 한다. 과정과 원칙을 무시한 채 결과만을 중시하고, 비리와 이권으로 뒤엉킨 사회를 질타·개혁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방조하고 편승하려 하지 않았는지 자성한다”고 했다. 또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안전·자유·행복 보장에 소홀했던 현 정부와 정치권은 철저히 반성하고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외국인 교수 15명도 서명에 동참했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소속 교수 179명도 이날 ‘스승의 날을 반납합니다’라는 성명을 냈다. 교수들은 이번 참사의 원인이 “권력 누리기에만 골몰하는 정치권과 관료, 이윤만 추구하는 기업과 시장, 타인을 존중할 줄 모르는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이 뒤엉킨 결과”라고 진단했다. 이들은 “사회적 불의에 적극 개입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교육,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교육, 교육에서 경제·기업·힘의 논리 배제”를 요구했다.
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및 외국인 학자 1074명도 정부의 책임을 묻고 공익을 위한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남태현 미국 솔즈베리대학 교수 등 학자 5명은 13일(현지시각) 워싱턴 내셔널 프레스클럽에서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에 경종: 신자유주의적 규제 완화와 민주적 책임 결여가 근본적 문제’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에는 교수 577명, 박사후 연구원 163명, 독립적 학자 334명이 참여했다. 여기에는 노마 필드 시카고대 교수, 낸시 에이블먼 일리노이대 교수 등 외국인 130여명도 포함됐다. 특정 사안에 1000명이 넘는 외국 학자들이 성명을 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학자들이 가장 많이 참여했고, 노르웨이·대만·벨기에·싱가포르·영국·오스트레일리아·에티오피아·일본·캐나다 등 세계 곳곳의 학자들도 참여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는 비도덕적 선장과 선원들의 일탈적 행위의 결과일 뿐만 아니라 규제 완화와 민영화, 무능력과 부패에서 비롯된 미비한 구조 노력의 결과”라며 “총체적 비리와 부실이 신속히 개혁되지 않는 한 비극은 얼마든지 재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승헌 기자, 워싱턴/글·사진 박현 특파원 abcd@hani.co.kr
이슈세월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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