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오전 경기도 안산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교사들의 영정 앞으로 학생들이 지나가고 있다. 안산/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선생님들 도움으로 목숨 건진 아이들
달력 보며 잠 이루지 못하고 있어…”
달력 보며 잠 이루지 못하고 있어…”
“올핸, 아니 다신 그 녀석들 볼 수 없게 됐네요. 너무 예쁘고 착한 아이들이었는데 이렇게 끔찍하고 슬프게 이별할 줄은….”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오전 경기도 안산 단원중학교에서 만난 두 여교사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담임을 맡았던 제자 12명 모두 차가운 바닷물 속으로 떠나보낸 김아무개(35) 교사는 “졸업을 하고도 꼬박꼬박 찾아와 케이크도 몰래 건네고 카네이션도 달아주던 녀석들이었는데, 영영 이별을 하고 말았다”며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김 교사는 “한 달 전 학교 앞에서 만났을 때 ‘선생님 우리 배 타고 수학여행 가요’라며 그렇게 좋아했는데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특히 “사고 전날 출근길에 여행가방을 끌고 가던 한 녀석이 ‘선생님 다녀올게요’라며 예쁘게 손을 흔든 것이 눈에 선한데, 그게 마지막 인사였다”고 눈물을 훔쳤다.
“사고 전날 출근길
여행가방 끌고가던 녀석
예쁘게 손 흔든 것 눈에 선해”
“어른 말 잘 듣고
질서 잘 지키라고 가르친 게
이렇게 큰 후회 될 줄 몰라”
“영문도 모른 채 희생된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진상 밝혀질 수 있도록” 제자 11명 가운데 9명을 잃은 최아무개(38) 교사도 참담한 심경을 밝히며 눈물을 떨궜다. 그는 “어른 말 잘 듣고 질서 잘 지키라고 가르친 게 이렇게 큰 후회가 될 줄 몰랐다. ‘훌륭한 사람 돼 찾아오겠다’고 했는데, 이젠 모두 물거품이 됐다”고 침통해 했다. 최 교사는 “꽃 같은 아이들 보내놓은 터라 일도 안 잡히고 잠을 청하는 것조차 미안하다”며 어깨를 들먹였다. ‘비운의 학교’ 단원고와 담장 하나 사이인 단원중은 세월호 침몰 참사로 숨지거나 실종된 학생 250명 가운데 84명이 졸업한 학교다. 두 여교사는 불과 2년 전, 희생된 학생들의 중학교 3학년 담임을 맡았던 터라 누구보다 애통한 봄을 보내고 있었다. 봄꽃보다 먼저 시든 제자들을 가슴에 묻은 두 여교사는 “영문도 모른 채 희생된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진상이 낱낱이 밝혀질 수 있도록 해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스승의 날을 맞은 단원중의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 학교 여교사 민아무개씨의 남편이 단원고 학생인권부장 고창석 교사이기 때문이다. 고 교사는 침몰 사고 당시 자신이 입고 있던 구명조끼를 벗어 제자에게 주며 제자들의 탈출을 도운 뒤 실종됐지만, 이날 오후 현재까지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민 교사는 분필을 놓고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한 달째 애타게 남편을 기다리고 있다. 한 교사는 “스승의 날까지는 꼭 돌아올 거라고 위로했는데, 점점 희망이 사라져가 안타깝기만 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친구들의 울부짖음 속에서 정신없이 세월호를 빠져나온 단원고 생존 학생들은 스승의 날이 다가오자 몹시 괴로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학부모는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몇몇 아이들은 스승의 날이라고 적힌 달력을 보면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해 부모들이 맘을 졸이고 있다”고 전했다. 학생 325명과 세월호에 탔던 단원고 교사는 모두 14명. 이 가운데 11명은 침몰하는 배에서 제자들 곁을 지키다 숨지거나 실종된 상태다. ‘영원한 스승’으로 기억될 그들의 이름은 ‘남윤철·최혜정·고창석·김응현·김초원·이해봉·양승진·박육근·유니나·전수영·이지혜’이다. 한편 경기도교육청은 14일, 희생된 교사 대신 경력교사 8명과 신규교사 2명을 단원고에 배치했다. 안산/김기성 김일우 김지훈 기자player009@hani.co.kr
여행가방 끌고가던 녀석
예쁘게 손 흔든 것 눈에 선해”
“어른 말 잘 듣고
질서 잘 지키라고 가르친 게
이렇게 큰 후회 될 줄 몰라”
“영문도 모른 채 희생된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진상 밝혀질 수 있도록” 제자 11명 가운데 9명을 잃은 최아무개(38) 교사도 참담한 심경을 밝히며 눈물을 떨궜다. 그는 “어른 말 잘 듣고 질서 잘 지키라고 가르친 게 이렇게 큰 후회가 될 줄 몰랐다. ‘훌륭한 사람 돼 찾아오겠다’고 했는데, 이젠 모두 물거품이 됐다”고 침통해 했다. 최 교사는 “꽃 같은 아이들 보내놓은 터라 일도 안 잡히고 잠을 청하는 것조차 미안하다”며 어깨를 들먹였다. ‘비운의 학교’ 단원고와 담장 하나 사이인 단원중은 세월호 침몰 참사로 숨지거나 실종된 학생 250명 가운데 84명이 졸업한 학교다. 두 여교사는 불과 2년 전, 희생된 학생들의 중학교 3학년 담임을 맡았던 터라 누구보다 애통한 봄을 보내고 있었다. 봄꽃보다 먼저 시든 제자들을 가슴에 묻은 두 여교사는 “영문도 모른 채 희생된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진상이 낱낱이 밝혀질 수 있도록 해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스승의 날을 맞은 단원중의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 학교 여교사 민아무개씨의 남편이 단원고 학생인권부장 고창석 교사이기 때문이다. 고 교사는 침몰 사고 당시 자신이 입고 있던 구명조끼를 벗어 제자에게 주며 제자들의 탈출을 도운 뒤 실종됐지만, 이날 오후 현재까지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민 교사는 분필을 놓고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한 달째 애타게 남편을 기다리고 있다. 한 교사는 “스승의 날까지는 꼭 돌아올 거라고 위로했는데, 점점 희망이 사라져가 안타깝기만 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친구들의 울부짖음 속에서 정신없이 세월호를 빠져나온 단원고 생존 학생들은 스승의 날이 다가오자 몹시 괴로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학부모는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몇몇 아이들은 스승의 날이라고 적힌 달력을 보면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해 부모들이 맘을 졸이고 있다”고 전했다. 학생 325명과 세월호에 탔던 단원고 교사는 모두 14명. 이 가운데 11명은 침몰하는 배에서 제자들 곁을 지키다 숨지거나 실종된 상태다. ‘영원한 스승’으로 기억될 그들의 이름은 ‘남윤철·최혜정·고창석·김응현·김초원·이해봉·양승진·박육근·유니나·전수영·이지혜’이다. 한편 경기도교육청은 14일, 희생된 교사 대신 경력교사 8명과 신규교사 2명을 단원고에 배치했다. 안산/김기성 김일우 김지훈 기자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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