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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생존자 가족들 소외감 크다

등록 2014-05-14 21:35수정 2014-05-18 11:30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생존자 가족들 소외감 크다
하얀 환자복을 입은 남편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아내를 배 안에 남겨둔 채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때문이다. 12일 오전 고려대안산병원에서 만난 정아무개(56)씨는 병실에 앉아 A4 용지에 검은 글씨를 빽빽하게 채워 나갔다.

“구명조끼를 입고 끝까지 구조를 기다리다가 죽은 사람들에게 미안해서, 탈출하여 살아있는 이 인간이 어떻게 얼굴을 들고 식사를 하고 할 수 있겠습니까.” 아내 얘기가 나올 때마다 남편의 눈가엔 눈물이 맺혔다.

세월호 탑승자 476명 중
104명이 일반인 승객
불면·불안·죄책감 시달리는데
지원은 허술
“불편하면 연락하라” 정도

“먼저 안내해주는 게 아니라
직접 찾아봐야 하는데 힘들어…”
“치료 받고 싶다고 했더니
근처 한의원에 가보래요…”

그가 아내를 다시 본 건 사고 10일째 되던 지난달 25일이었다.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정씨는 싸늘한 주검이 돼 돌아온 아내를 아들과 함께 맞이했다. “집사람 얼굴에 멍이 들어 있었어요. 같이 나왔어야 하는 건데….” 그는 그만 울음을 터뜨렸다. 결혼 30주년을 맞아 여행길에 올랐던 남편은 구명조끼를 입은 채 밖으로 나오려는 아내에게 들어가 있으라고 손짓을 했던 게 씻을 수 없는 한으로 남았다.

정씨는 그때 장면을 떠올리며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고 했다. 병원에 입원한 뒤 줄곧 안정제와 수면제에 의지해왔다. “긁히는 듯한, 배에서 났던 소리 비슷한 게 나면 그때 기억이 다시 떠오르는 거예요. 그래도 아들과 함께 살아야 하잖아요. 그래서 병원에 약을 줄여 달라고 했어요.”

정씨와 같은 이들은 많다. 세월호 탑승자 476명(승무원 33명 포함) 가운데 104명이 일반인 승객이다. 하지만 나어린 희생자들인 단원고 학생들과 그 가족에게 관심과 지원이 집중되면서, 일반인 구조자와 희생자 가족들이 느끼는 ‘소외감’은 크다. 정씨에게도 경기도청과 주소지 주민센터에서 ‘불편한 게 있으면 연락하라’며 연락처를 건넸다고 한다. “얼마 전 뉴스에서 유가족 생계비 지원이 있다고 나와요. 주민센터에 전화해서 100만원 정도 생계비 지원을 받았어요. 먼저 안내해주는 게 아니라 직접 찾아봐야 하는데 그게 힘들어요.”

일반인 생존자와 희생자 가족들은 전국에 흩어져 있다. 경기도 안산에 사는 단원고 생존자·희생자 가족들과는 다른 형태의 지원이 필요하다.

막내 동생 한금희(37)씨를 잃은 중국동포 영희(49)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달 25일 동생의 발인을 마친 뒤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다. 사고가 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버스도 타지 못한다. 동생이 살던 경기도 시흥시에서 지원금 77만6000원을 보냈지만, 당장 필요한 건 ‘치료’였다. “셋째 동생은 잠을 자는데도 울면서 무슨 말을 해요. 셋째 동생이 사는 서울 성북구 보건소에서 ‘필요한 게 있으면 연락하라’고 해서 치료를 받고 싶다고 했더니 근처 한의원에 가보래요. 정 안 되면 중국대사관에라도 가보려고 했어요.”

중국 국적인 동생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동생이 가입한 보험과 은행 통장을 정리하려면 중국 정부가 인증한 가족관계증명서와 위임장을 받아와야 했다. 영사 확인을 받을 수 있는 중국 선양총영사관은 어머니가 사는 연변에서 차로 24시간을 더 가야 한다. 결국 그는 100여만원을 내고 여행사에 공증인증을 부탁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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