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고 검경합동수사본부는 15일 세월호 사고 당시 탑승객들을 버리고 먼저 탈출한 선장 이준석씨(맨 위 맨 왼쪽) 등 선원 15명 전원을 구속기소했다. 사진은 검찰에 송치되고 있는 선원들. 목포/뉴스1
‘281명 살인’ 혐의 적용 근거는
맹골수도 해역 깊고 유속 빨라
‘대피 않으면 대부분 사망’ 알아
‘침몰’ 정확하게 인식하고도
구조활동 안해 죽음 내몬 책임
맹골수도 해역 깊고 유속 빨라
‘대피 않으면 대부분 사망’ 알아
‘침몰’ 정확하게 인식하고도
구조활동 안해 죽음 내몬 책임
‘281명 살인.’
기울어가는 세월호에 승객들을 내버려두고 탈출한 이준석(69) 선장 등 승무원 4명에게 적용된 혐의는 이번 참사의 무게만큼이나 무겁다.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적어도 이들 4명은 승객 281명을 죽음으로 내몬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수사본부는 먼저 이들이 태연하게 구조된 과정에 주목했다. 적어도 ‘경황이 없어’ 승객들을 돌보지 못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선장은 사고 직후 조타실로 돌아와 엔진 정지와 ‘선내 대기’ 방송을 지시했다. 비상 버튼을 누르지 않아 조타실에서 방송이 되지 않자, 무전기를 통해 여객부 승무원한테 선내 대기 방송을 지시하기도 했다. 나름대로 상황 판단과 대처를 한 정황이다. 역시 살인 혐의가 적용된 강원식(43) 1등항해사는 사고 뒤 자기 선실에 들러 휴대전화를 가져온 뒤 청해진해운 직원과 계속 통화하며 상황을 보고했다. 그는 사고 현장 근처에 있던 배들이 구조하러 오자 “(기울고 있는) 좌현 쪽에 대기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승객들을 탈출시키는 것만 제외하면, 이들은 당시 배의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움직인 셈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아무런 구조 활동을 하지 않고 대기하다 가장 먼저 탈출했다. 선원들은 세월호의 복원력이 극히 낮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사고 해역은 유속이 빠르기로 소문난 맹골수도였다. 수심은 36m에 달했다. 대부분의 승객이 죽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알고도, ‘그래도 상관없다’ 생각하고 탈출한 상황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일부는 부상당한 조리원 2명을 보고도 그냥 지나쳤다.
수사본부는 희생자 개개인의 죽음과 이들 행위 사이에 인과관계를 특정하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281명 희생자 각자의 위치와 그에 따른 구조 가능성, 숨진 시기 등을 특정할 수 없는 ‘대참사’의 특성 때문이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세월호가 인양될 때까지는 승객들 각자의 위치 정보조차 알기가 어렵다”며 “더구나 퇴선 명령을 방송조차 하지 않은 부작위 책임에 대한 기소이기 때문에 행위와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를 특정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사본부는 대신 초기에 방송을 통해 퇴선명령만 제대로 내렸어도 승객들을 모두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는 판단을 통해 살인의 고의를 추론해 냈다. 구명벌(구명뗏목)을 모두 펼치면 그 정원이 전체 승객보다 많고, 인근 어선과 해경 경비정 등이 구조를 위해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대기 명령에 따르지 않고 적극적으로 움직인 특정 객실이 있었는데, 그 객실에서 생존자가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끝내 퇴선명령을 내리지 않은 것은 단순히 목숨을 챙기려는 정도를 뛰어넘어 자신들의 구조 가능성을 높이려는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수사본부는 판단했다. 수사본부는 공소장에서 “피고인들은 해경 123정 1척만이 세월호 인근에 도착하는 것을 발견했다. 승객들에 대한 퇴선명령이 없는 상태에서 선원들이 먼저 탈출하면 우선적으로 구조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구조정들이 순차적으로 도착하고 있는데, 승객들이 단체로 퇴선할 경우 승무원들은 후순위가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행동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정황이라면 281명 희생자에 대한 살인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말했다.
수사본부는 이 선장 등한테서 부작위에 의한 살인을 ‘자백’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들이 “묵시적 교감 하에 승객들에 대한 구호 조치 없이 자신들만 퇴선하기로 용인하면서 상호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수사본부는 아직 실종 상태인 승객들은 범죄 피해자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주검 수색이 마무리돼 희생자가 모두 확인되면 이 선장 등은 300명 넘는 승객을 살해한 혐의를 받게 된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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