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미 기자
현장에서
침몰하는 배에서 승객을 버리고 탈출한 세월호 선장 등에게 검찰이 결국 살인죄를 적용했다. 애초 검찰 안에선 선장의 행위가 살인이냐 아니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법리적으로는 명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검찰이 살인죄를 적용한 것은 이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공분을 의식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곰곰이 따지고 보면 이번 참사의 장본인은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들만이 아니다. 현장에 출동해서도 배 안의 승객 탈출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선원들만 구조한 해경이 퇴선 명령을 하지 않은 선장과 무엇이 다를까? 안전행정부가 그 ‘이름값’에 소홀하지 않았다면, 장관이 사고를 보고받고도 경찰교육원 졸업식에 참석해 환한 얼굴로 기념사진을 찍거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368명 구조”라는 황당한 오보를 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선박안전관리를 민간에 떠넘기고도 감독에는 손을 놓은 해양수산부는 또 어떤가. 승객을 구하려는 의지가 없었던 세월호 선원들과 국민의 생명을 수호할 진심이 없는 정부는 오십보백보가 아닐까.
검찰은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 의혹을 받고 있는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를 향해 강도 높은 ‘징벌적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수사가 정부의 책임을 덜기 위한 ‘희생양 만들기’라는 의심을 사지 않으려면 검찰의 칼끝은 정부에도 똑같이 겨눠져야 한다. 형평을 잃은 수사는 더이상 정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선원들과 유 전 회장 일가에겐 무한대의 책임을 지우면서 공적 의무를 다하지 않은 공무원 수사에는 소극적이라면 어느 국민도 납득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검찰은 세월호의 선장에게 살인죄를 적용한 그 의지 그대로 해경, 해수부, 안행부 공무원들을 수사해야 한다. 걸핏하면 공정성을 의심받아온 검찰에게 이번 수사는 ‘거듭날 기회’일 수도 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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