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기록 보존 자원봉사단 18명
팽목항 등서 사진·구술 등 채록
“추모작업 시민 힘으로 해내려”
팽목항 등서 사진·구술 등 채록
“추모작업 시민 힘으로 해내려”
16일 오전 김민기(25)씨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진도 팽목항에 있는 한 자원봉사자한테서 걸려온 전화였다. 김씨는 “우리가 배포한 전단지를 받고 연락한 것 같다”고 했다. 김씨는 자원봉사자와 만나기로 한 장소로 바삐 나섰다. 그는 “원칙상 구술·채록하는 모습은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김씨는 ‘세월호 참사 추모기록 보존 자원봉사단’(기록봉사단) 소속이다.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에 다니는 김씨는 14일 다른 기록전공자 4명과 함께 진도에 왔다. 그는 “기록전공자로서 세월호 참사라는 큰 사고를 꼭 기록하고 싶었다”고 했다.
진도에 내려온 기록봉사단은 김씨를 포함해 18명이다. 이들은 실종자 가족들이 머무는 진도체육관과 팽목항 일대에서 세월호 사고와 관련한 기록들을 수집한다. ‘기록보존’이라 쓰인 파란 조끼를 입고 실종자 가족들과 자원봉사자 등으로부터 세월호 사고 관련 이야기를 들어 기록하고, 이들이 가지고 있는 사진이나 메모 등을 건네받아 모으기도 한다.
“취재할 때 수첩에 메모하셨죠. 그 수첩 좀 기증받을 수 있나요?” 기록봉사단의 ‘수집 대상’에는 사고 현장을 한 달간 취재한 기자들의 취재수첩도 포함돼 있다. 이렇게 사흘간 수집한 기록은 구술·채록 9건, 사진 21건, 메모 2건, 일정표 2건 등 34건이다. 이와 별도로 사고 현장 사진을 찍거나 시민들이 남긴 메모 내용을 옮겨 적기도 한다.
이들은 현장을 기록할 때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기록 행위’가 실종자 가족들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록봉사단은 ‘실종자 가족들에게 유족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 것’, ‘구술을 강요하지 말고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할 것’ 등 기록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을 가장 먼저 교육받는다. 기록봉사단을 이끌고 있는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장은 “기자에게도 취재원 보호가 중요하듯 기록원들도 상대방의 입장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런 이유에서 김씨는 ‘어떤 내용을 채록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다만 “자원봉사자 등이 ‘언론의 취재 행태가 사람들의 보편적 감정과 동떨어져 있다’는 말씀 등을 했다”고 전했다.
실종자 가족들도 세월호 사고를 ‘사회적 기억’으로 만들려는 기록봉사단원들에게 우호적이라고 한다. 김 원장은 “어젯밤부터 여섯 분이 부스에 직접 찾아오거나 연락을 주셔서 채록에 참여했다. 직접 작성한 메모를 먼저 건네주시기도 한다”고 했다. 김 원장은 “이번 세월호 참사는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으로 발생했다. 그런 정부가 추모를 주관한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기록을 수집하는 것은 추모 작업을 시민의 힘으로 해내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진도/이재욱 기자 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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