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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해경, 승객 절반이상 갇힌것 알고도 선내진입 안했다

등록 2014-05-18 20:31수정 2014-05-19 15:15

해경은 세월호 침몰 사고의 초동 구조와 관련해 논란이 일자 지난 4월28일 구조 장면을 담은 10분 분량의 동영상을 뒤늦게 공개했다./서해지방경찰청 제공
해경은 세월호 침몰 사고의 초동 구조와 관련해 논란이 일자 지난 4월28일 구조 장면을 담은 10분 분량의 동영상을 뒤늦게 공개했다./서해지방경찰청 제공
김춘진 의원 ‘교신 녹음자료’ 공개
학생들 경비정 도착에 안도하며
카톡 전송 등 시간 충분했던 시점
선원 등만 구조하며 탈출방송 안해

침몰뒤 잠수통한 구조 독촉않고
오후1시31분에야 선장 찾아나서
“혼선 보도 안나가게 하라”
엉뚱한 곳에다가 신경 쓰기도
세월호 침몰 당시 사고 현장에 도착한 해경 경비정이 세월호 안에 절반이 넘는 승객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도, 상부의 선내 진입 지시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사실은 18일 김춘진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해양경찰청에서 받아 공개한 해경 경비정과 서해지방해경청·목포해경 간 ‘4월16일치 해경 주파수공용통신(TRS) 교신 녹음자료’를 통해 드러났다.

4월16일 오전 해경 주파수공용통신 교신 내용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이 교신 자료는 평소 ‘안전한 바다, 행복한 국민’을 구호로 내걸고 있는 해경이 세월호 침몰 사고 초기에 얼마나 소극적이고 무능하게 대응했는지 보여준다. 이 자료는 초기 대응과 구조 과정의 책임을 따지기 위해 해경에 칼끝을 겨누고 있는 검찰의 수사에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료를 보면, 세월호 침몰 사고가 난 지난달 16일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해경 경비정 123정(100t급)은 오전 9시43분 “현재 승객이 안에 있는데 배가 기울어 못 나오고 있다고 한다”고 승객 선내 잔류 사실을 처음 보고했다. 123정은 구조자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오전 9시48분 “승객 절반 이상이 안에 갇혀서 못 나온다”고 보고했다. 세월호가 100도 이상 완전히 기운 시각이 오전 10시17분인 만큼, 이 보고 뒤에도 30분가량 선내의 승객을 구할 시간이 있었던 셈이다.

다급한 상황을 보고받은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상황실은 곧바로 “안전장구를 갖추고 여객선에 올라가라”며 123정에 선내 진입을 지시했다. 123정이 현장에 도착한 지 이미 18분이 지난 시간이었다. 하지만 123정은 ‘경사가 너무 심해 올라갈 수 없다’며 따르지 않았다.

당시는 선체의 기울기가 62도로 좌현 3~5층 간판이 침수되지 않았기 때문에 선내로 진입해 퇴선명령을 내릴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실제로 승객들은 구명조끼를 입은 채 해경 헬기와 경비정의 도착에 안도하며 가족들에게 카카오톡을 보내는 등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경비정 123정은 이준석(69·구속 기소) 선장 등 승무원들을 구조하고, 조타실 옆의 구명뗏목 2개를 투하하는 데 그쳤다. 검경합동수사본부의 공소장에는 선장 이씨가 구조된 시각이 오전 9시46분으로 적혀 있다. 동영상을 보면 경비정에 탄 해경들은 선내에 들어가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였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오전 9시57분 김문홍 목포해양경찰서장은 승객들을 바다로 뛰어들도록 할 수 있는지 묻지만 123정은 ‘불가능하다’고 대답했다.

경비정 승조원과 헬기 항공구조사 등의 소극적인 구조활동은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의 ‘깜깜이 관제’와 함께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으로 꼽힌다.

123정은 22㎞ 떨어진 해역에서 경비 근무를 하다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100t급 경비정으로 승조원이 14명에 불과한 탓에 조타실에 진입하거나 대피로를 확보하지 못한 채 쩔쩔맸다.

세월호 선체가 완전히 뒤집힌 오전 10시31분 이후 목포해경 상황실은 여객선 안에 남은 승객 규모와 바다로 뛰어든 승객 규모를 확인하느라 123정과 교신을 이어갔다. 오전 10시47분 목포해경 상황실은 “지금 사고현장 주변에 해상에 투신한 사람들이 몇명이나 있느냐”고 묻지만, 123정은 “한명도 없다. 세월호 승무원 말 들어보니까 학생들이 200~300명이 탔다는데 많은 학생들이 못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대규모 피해에 놀란 듯 목포해경 상황실은 “그럼 많은 학생들이 선박 내에 있다는 것이 정확한지”라고 되묻는다.

초기 선체 진입에 실패했다면 서해해경청이나 목포해경 등 지휘부는 다음 단계로 즉각 잠수인력을 투입했어야 했다. 123정은 “122구조대를 보내달라”(9시48분), “항공 구조를 해야 한다”(9시54분)며 지원을 요청하지만, 특공대와 122구조대는 마땅한 이동수단을 찾지 못해 침몰 이후인 11시20분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특공대와 122구조대는 이후 단 1명의 승객도 구조하지 못했다.

서해해경청은 11시21분 특공대와 구조대 투입 상황을 파악해 보고하라고 지시했을 뿐, 승객이 300명 넘게 남아 있는 선체로 진입하라는 독촉을 하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잠수인력은 11시52분 세월호 선수에 부표만 매달고 철수했다. 이날 오후 1시31분에야 생존자 가운데 선박의 구조를 잘 아는 선장과 조타수의 소재 파악을 지시하는 등 실종자 수색과 사고 수사의 기본조차 챙기지 못하고 허둥댔다.

해경 지휘부는 선체가 침몰한 뒤에는 적극적으로 잠수인력을 선체로 들여보내기보다는 언론 대응 등 부차적인 문제에 매달렸다.

해경은 “언론 보도는 서해청에서 총괄해 혼선된 보도가 나가지 않도록 하라”(오후 1시42분)고 지시하는 등 엉뚱한 데 신경을 쓰기도 했다. 목포/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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