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진도로 내려가던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19일 저녁 7시30분께 전북 고창군 서해안고속도로 고인돌휴게소에서 자신들을 미행하던 경찰 정보관 2명의 신원을 확인하고 찍은 사진. 단원경찰서 강아무개 정보관 /세월호 사고 가족 대책위 제공
단원서 형사들, 팽목항 가던 가족 대책위 미행하다 ‘덜미’
대책위 “우리가 범죄자냐” 반발…단원서장 유족에게 사과
대책위 “우리가 범죄자냐” 반발…단원서장 유족에게 사과
경찰 정보관들이 세월호 사고 유가족들을 미행하다 덜미가 잡혔다. 한 정보관은 다른 정보관이 유가족들에게 붙잡히자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일부러 시비까지 걸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간부들은 이날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에 차려진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아 유가족들에게 머리 숙여 공식 사과했다.
세월호 사고 실종자·희생자·구조자 가족 대책위원회는 19일 “오늘 세월호 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있는 전남 진도로 가던 도중 불법 미행을 하고 있는 경찰관들을 발견하고, 이들로부터 미행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유족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진도로 내려가던 세월호 유가족 30여명은 이날 오후 7시30분께 저녁을 먹기 위해 전북 고창군 고인돌휴게소에 들렀다. 이들은 진도에 있는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내용에 대한 입장을 조율하려고 오후 4시30분께 안산을 출발해 진도로 내려가던 길이었다.
이들이 휴게소에 들어서자 양복을 입은 한 남성이 뒤따라 들어왔다. 일부 유가족들은 이 남성이 청와대로 항의 방문을 갔을 때도 봤던 낮익은 얼굴인 것을 떠올렸다. 유가족들이 손짓을 하며 부르자 이 남성은 밖으로 나갔고, 유가족들이 뒤따라 나가 그를 잡아 세웠다. 이 남성은 “경찰이냐”는 유가족들의 질문에 계속 부인을 하다 결국 안산 단원경찰서 정보보안과 소속 강아무개 정보관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던 중 점퍼를 입은 다른 남성이 한 유가족에게 접근해 “왜 내 팔을 치고 가냐”며 시비를 걸었다. 이 남성은 유가족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유가족들의 사과를 받고 마지못해 사라졌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점퍼를 입은 남성도 정보관일지 모른다고 생각해 강 정보관을 추궁했다. 결국 점퍼를 입고 유가족에게 시비를 걸었던 그 남성은 단원경찰서 정보보안과 소속 박아무개 정보관인 것으로 밝혀졌다. 2명의 정보관이 안산에서부터 진도로 가는 유가족들을 따라왔던 것이다. 이에 화가 난 유가족 10여명은 진도로 향하던 발길을 돌려 버스에 정보관 2명을 태우고 안산으로 돌아오며 경찰에 거세게 항의했다.
현장에 있던 유경근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치안 등의 이유로 동행할 필요가 있었으면 미리 밝히든지 아니면 현장에서 들켰을 때 따라온 이유를 밝혔으면 될 일인데,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유가족들에게 시비를 걸었다”며 “과연 정당한 정보수집이나 치안활동을 위해 따라온 것이라면 그렇게 했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단원경찰서 쪽은 “유가족들이 급히 진도로 간다고 해서 따라간 것은 맞지만, 유가족들에게 혹시 무슨 일이 있을까봐 도와주려고 했던 것이다. 신분을 들켰을 때 정보관들이 당황한 나머지 미숙하게 행동한 측면이 있다.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게 되서 유가족들에게 사과드린다”고 해명했다.
문제가 커지자 20일 0시10분께 최동해 경기지방경찰청장과 구장회 안산 단원경찰서장은 정부합동분향소에 있는 유가족들을 찾아와 공식 사과했다. 최 청장은 “유가족을 보호하고 도움을 주려 했던 것이지 불이익을 주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앞으로 사전 동의 없이는 사복경찰의 활동을 하지 않겠다. 당황한 나머지 신분을 숨긴 직원들의 행동은 잘못됐고 엄중 문책하겠다”고 말했다.
안산/김일우 김기성 기자 cooly@hani.co.kr
천근아 "세월호 유가족, 쉽게 잊힐까 봐 두려운 고통" [한겨레談 #12]
이슈세월호 참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