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 발표 연설 말미 ‘의로운’ 희생자 이름을 거명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민교협 “‘졸속 대처’ 정부 존재 이유 없어”
해경 해체는 책임 회피 위한 ‘정치적 꼼수’
“과거 정부 탓 말고 박 대통령 사퇴해야”
해경 해체는 책임 회피 위한 ‘정치적 꼼수’
“과거 정부 탓 말고 박 대통령 사퇴해야”
세월호 참사에 대응에 실패한 뒤 사후 대책마저 졸속으로 내놓고 있는 정부에 대해 지식인 사회가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정부는 존재 이유가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20일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공동의장 백도명 송주명 양해림 서유석 김규종)는 “세월호 사건을 통해 국민들은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생명을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해체해 버리는 자본과 권력, 그리고 각종 비리집단의 악취 나는 무책임과 이에 맞장구치는 국가체계의 무능력을 목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어처구니없는 나라꼴에 대해 국민들은 그 어떤 자라도 책임 있는 해명을 해주기를 갈구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희생자들과 그 가족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요,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고, 국민들을 집단우울증으로부터 탈출시켜주는 첫걸음”이라며 “하지만 (어제 대통령 담화는) 대한민국 국가시스템의 최고정점에 있는 대통령의 담화로서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고 국민들의 요구와도 너무 동떨어진 동문서답일 뿐이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성명에서 하루 전 박 대통령이 내놓은 △해경 해체 △안전행정부·해양수산부 축소 △관피아 근절을 위한 공무원 조직 민영화론 △국가안전처 신설 등을 거론하며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이들은 ‘충격 요법’ 논란이 일고 있는 ‘해경 해체’와 관련해 “대통령은 마치 해경이 모든 문제의 출발이자 몸통인 듯 해경해체론을 전면에 들고 나섰다. 이는 정권안보를 위한 ‘도마뱀 꼬리 자르기’에 불과하며, 대통령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정치적 꼼수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초유의 정부 조직 문책과 관피아 관련 대책에 대해서도 “만시지탄의 상황에서 표면적인 언급”, “(민영화론이) 공무원의 공공성과 책임성을 가져올리 만무하고 무책임한 ‘규제완화’와 ‘작은 정부론’의 연장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또 ‘사후약방문’식 국가안전처 신설에 대해서도 “어처구니없는 참사들을 반복적으로 겪고 나서야 재난대응시스템을 운운하는 어리석음은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반문하며 책임 소재를 따져 물었다. 이들은 이 모든 문제에 대한 최종 책임을 박 대통령이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박 대통령이) 최종적인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했다. 그 책임을 지기 위해 대통령은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국민은 묻고 있다”며 “세월호 대참사와 대한민국 붕괴의 역사적 책임을 지고 박근혜 대통령은 퇴진하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서울대 민주화 교수협의회도 성명을 내고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정부는 존재 이유가 없다”며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성명에서 “‘나라초상’을 당하여 참으로 ‘숨쉬기도 미안한 사월, 오월’이었다”며 “대재난을 근원적으로 성찰하는 길만이 희생자들에 대한 최선의 애도이고, 또 이 땅에 살아가는 지식인으로서 져야 할 최소한의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국민을 진정으로 분노하게 만든 것은 세월호 구조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과 ‘국가’의 부재였다”고 정부한테 화살을 돌렸다.
이들은 “사고 이후 정부 및 정권의 대응은 분노를 넘어서 정부와 국가에 대한 신뢰기반을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있다. 정부의 구조 행위에 대해서는 ‘살인행위’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지만, 대통령과 정부는 자신들이 져야 할 책임의 몫을 과거 정부로 떠넘기며 적폐(積弊)를 운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대적인 청와대를 시작으로 정부 각 부처에 이르는 전면적이고 철저한 인적쇄신도 요구했다. 이들은 “대통령은 이번 사고 대처에서 나타난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최고책임자일 뿐만 아니라 이번 참사의 근원적인 수습에 대해서도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며 “구시대적인 적폐의 근원이 되고 있는 청와대 비서실장, 국정원장, 안보실장, 홍보수석, 그리고 검찰총장의 자리를 쇄신하는 것이 개혁의 출발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 9명도 성명을 내어 “국가개조론적 주장이 근본적 해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가의 최우선 과제이어야 할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장을 등한시한 정부와 관료들의 안이함과 무책임 그리고 무능한 사유 능력과 빈곤한 상상력의 결과임을 인지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과 보다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한다”며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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