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정을 든 세월호 참사 유족들이 8일 밤 KBS 본관 앞에서 김시곤 KBS 보도국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KBS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유가족들의 KBS 항의방문은 김시곤 KBS 보도국장이 세월호 사망자 수가 년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보다 적다\%!^a는 발언에서 비롯됐다.2014.5.8/뉴스1
KBS 새노조, 조문 뒤 유가족 대기실 들러 눈물로 사죄
희생자 가족들, “왜곡 보도 없도록 잘 싸워달라” 당부
희생자 가족들, “왜곡 보도 없도록 잘 싸워달라” 당부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청와대 보도개입 의혹’에 휩싸인 길환영 사장 사퇴를 촉구하는 <한국방송>(KBS) 구성원들에게 “국민의 방송인 KBS에서 (세월호 사고 관련) 왜곡된 보도가 나가지 않도록 해달라. 이번에는 잘 싸워서 제대로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가족들은 “(세월호 사고가) 천천히 잊혀질텐데 그러지 않도록 할 수 있겠냐”고 물었고, KBS 사람들은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 소속 조합원 40여명이 20일 오전 경기 안산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아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조문했다. 이날은 KBS 내 휴일인 노조 창립일로, KBS기자협회는 전날인 19일부터 사장 사퇴를 촉구하며 제작을 거부하고 있다.
새노조 조합원들은 조문 뒤 유가족 대기실에 들러 유가족 10여명 앞에서 사죄했다. 조합원 대부분이 고개를 숙인 채 유가족들을 바라보지도 못했으며, 일부 조합원들은 눈물을 흘렸다.
권오훈 새노조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사죄드리러 왔습니다. 지금 저희가 길환영 사장에게 책임지고 물러나라고 싸우고 있지만, 저희들도 죄인입니다. 사죄 드립니다”고 말문을 열었다.
유가족들은 대체로 냉담했지만, 일부 가족들은 KBS 독립성과 공정보도를 위한 내부 싸움을 격려하기도 했다. 한 가족은 “어제 MBC 기자들이 찾아왔을 땐 (대기실에) 들이지도 않았다. 그런데 KBS는 다 들여놨다. KBS가 국민의 방송이고 자정의 노력을 해줬으면 하기 때문”이라며 “지금 (KBS에서) 싸우는 거 개인적으로는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전에 관철 시키지 못한 걸로 아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보여달라. 지켜보겠다”고 했다.
이에 권 위워장은 “저희는 유족 여러분들과 세월호 희생자들이 (저희에게) 싸우라고 명령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 앞으로 낱낱이 방송을 통해 고백할 수 있도록 열심히 싸우겠습니다”고 했다.
가족들은 “앞으로 (세월호 관련) 왜곡된 보도가 안나가도록 힘써줄 수 있나” “(세월호 사고가) 천천히 잊혀질텐데 그러지 않도록 할 수 있겠냐”고 물었고, 권 위원장은 모두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다시 한 번 제대로 사과하러 오라”는 유가족의 요구도 있었다. 최근 유가족 대책위원회가 진도 팽목항으로 이동해서 이날 대기실에 머문 유가족들이 적었기 때문이다. 한 가족은 “애들 다 죽고 이렇게 사죄하면 끝이냐. 애들이 조금이라도 살아돌아왔으면 이렇게까지 안 한다. 너무 무능하다. 해경도 그렇지만 언론도 마찬가지다. 유족들 다 있을 때, 다시 일정을 잡아서 정식으로 오라”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그러겠다”고 답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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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새노조)와 한국방송 노동조합(1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방송 본관 주차장 입구에서 출근하고 있는 길환영 사장이 탄 차량을 막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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