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회담 단장’ 명의 전통문 보내
남북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엔엘엘) 인근에서 서로 강경대응으로 맞서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남북은 23일에는 누가 먼저 포격했는지를 놓고 이례적인 진실공방까지 벌였다.
북한은 이날 서남전선군사령부 명의의 ‘보도’에서 “(남쪽에서) 5월22일 오후에 우리가 연평도 근해에 있는 제놈들의 함정에 포탄을 발사하였으며 그에 대한 맞대응으로 제놈들이 대응사격을 가한 것처럼 없는 사실을 꾸며대며 떠들어대고 있다”며 남쪽의 기만극이라고 책임을 떠넘겼다.
이에 대해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성명을 내어 “북한은 자신들의 명백한 도발 행위를 우리의 자작극으로 몰아세워 대한민국의 국론을 분열시키고 안보불안감을 조장하려는 저의가 있다”고 비난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세월호 침몰로 우리 국민 모두가 슬픔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이러한 도발을 저지른 데 대해 매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이번 남북간 설전은 애초 20일 해군이 북방한계선을 넘어온 북한 경비정 2척과 단속정 1척에 경고사격을 한 것에서 비롯했다. 이에 대해 북한이 이튿날 “(남쪽의 해군함정은) 직접적인 조준타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뒤 22일 실제 북방한계선 남쪽에서 경계활동을 하던 함정 근처에 위협사격을 하는 등 강경대응에 나서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켰다.
군 당국은 북한의 이런 도발이 북방한계선을 무력화하고 대신 ‘해상 경비계선’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라고 보고 있다. 경비계선은 북한이 연평도와 백령도 사이 180㎞ 해역에 ‘12해리 영해’를 적용해 일방적으로 북방한계선 남쪽에 설정한 경계선이다. 군 당국자는 “북한이 4월부터 우리 함정이 이른바 ‘경비계선’을 넘어 북쪽으로 올라가면 ‘물러나라. 철수하지 않으면 타격하겠다’는 위협 방송을 계속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군이 중국 어선의 불법 꽃게잡이를 단속하기 위해 내려온 북한 함정에 경고사격까지 한 것도 과잉대응이라는 지적이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연구실장은 “경고방송을 한 뒤라지만 경고사격까지 한 것은 드문 일로, 앞서 ‘북 핵실험 임박설’이나 ‘북한은 없어져야 할 나라’ 발언 등 국방부가 남북 긴장 고조를 부추긴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선거를 앞둔 ‘북풍’ 조성용 아니냐는 의심이다.
북한이 남쪽 해군 함정을 겨냥해 위협사격을 한 뒤 이를 부인하고 나선 것도 이례적인 일로, 선거를 앞둔 남한 사회의 여론에 영향을 미치려는 포석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세월호 사건도 있고 지방선거도 앞두고 있는 등 뒤숭숭한 우리 사회 분위기를 고려할 때 남쪽 정부가 ‘분위기 전환용으로 사건을 조작하려 한다’는 주장이 먹힐 수 있는 여건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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