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의 승객정원 증원 등 구조변경을 해준 한국선급이 검찰의 압수수색 전날 밤에 서류를 빼돌린 사실이 확인됐다. 또 한국선급이 직원들을 동원해 해운관련 법령 개정 등을 하는 해양수산부 직원들한테 골프 접대와 향응을 수시로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운업계의 구조적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부산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흥준)은 23일 한국선급이 특별수사팀의 압수수색 전날인 지난달 23일 밤에 부산 강서구 본사 회장실과 임원실, 비서실 등의 서류를 상자에 담아 빼돌린 장면이 담긴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별수사팀은 지난달 23일 저녁에 부산해양경찰서 이아무개 경사(41·구속)한테서 다음날로 예정된 압수수색 정보를 파악한 원아무개(42) 한국선급 법무팀장의 보고를 받은 한국선급 고위층이 회계장부 등 서류를 빼돌리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보고 한국선급 임직원들을 상대로 증거은닉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이 경사는 지난달 23일 한국선급 압수수색에 참여한 최아무개(36) 부산지검 수사관한테서 압수수색 정보를 건네받았다. 검찰은 지난 9일 이 경사와 최 수사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부산지법은 이 경사의 구속영장만 발부했다.
또 특별수사팀은 해양수산부 공무원한테 여러 가지 편의를 봐달라며 골프 접대와 향응을 제공한 혐의(뇌물공여 등)로 한국선급 김아무개(59) 본부장과 김아무개(45) 팀장의 구속영장을 22일 청구했다.
김 본부장은 2012년 12월부터 최근까지 해양수산부 선박안전담당 공무원한테 법인카드로 수백만원어치의 골프 접대와 향응을 직접 제공하거나 부하 직원을 시켜 접대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본부장은 2011년 추석을 맞아 해양수산부 등 해운관련 공공기관의 공무원들한테 10만원짜리 상품권 780만원어치를 전달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김 본부장은 신설된 본부장 자리에 취임하면서 한국선급 고위층한테 5000만원을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 팀장은 최근 2년 동안 해양수산부 공무원한테 22차례에 걸쳐 1300만원어치의 골프와 향응을 제공하고 2011년 8월부터 최근까지 유흥주점에서 법인카드를 88차례에 걸쳐 4700만원어치를 부당하게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법인카드는 유흥주점에서 사용할 수 없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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