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 국조 합의 기다리다 밤새워
더이상 ‘기다리지’ 않았다. ‘가만히 있으라’며 선거판으로 먼저 빠져나가려는 여야를 붙잡아 세월호 국정조사 협상장에 세웠다.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 계획서가 합의되기를 기다리며 꼬박 밤을 새웠던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은 28일 더이상 정치인들을 기다리지 않았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꾸린 가족들은 전날 밤을 새운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 앞에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서명운동 부스를 차렸다. 가족들은 이번 주말 전국 17개 광역시·도에 설치된 분향소 26곳을 찾아 직접 서명운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곧이은 오전 9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병곤 대책위 위원장은 “여당과 야당은 지금 세월호 선장과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 국민 여러분들이 침몰해 가는 국회를 구해 달라”고 외쳤다. 한 희생자의 어머니가 기자회견 중 연단에 올랐다. “기다리라면 기다리고, 가만히 있으라면 가만히 있은 게 죄가 되어 죽을 수밖에 없는 세상임을 알았기에 이 자리에까지 오게 되었네요. 더이상 억울하고 허무한 희생이 반복되면 안 되겠기에, 성역 없는 철저한 진상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그래야 다시는 세월호 같은 참사가 반복되지 않는 안전한 나라가 되기에….” 어머니는 말을 다 마치지 못하고 울먹였다. 이들은 세월호 국정조사가 시작되는 그날까지 국회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가족들의 바람에도 여야의 책임있는 태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쟁점도 변화가 없었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증인 채택 여부 하나였다. 심재철 국조특위 위원장(새누리당)은 기자회견을 열어 “증인 채택은 국조특위가 열리면 신속히 하겠다”며 사전 증인 채택 불가라는 당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야당도 전략은 없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의원은 “새누리당에서 결정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다른 길이 없다. 김기춘 비서실장 대목에서 완전히 막혀 있어 새정치연합에서 협상할 여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강창희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4시30분 양당 국조특위 간사인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과 김현미 새정치연합 의원을 불렀지만 접점을 찾지는 못했다. 의장실을 나온 조 의원은 “여야가 요구한 증인에 대해서는 여야 간사간 협의를 거쳐 반드시 채택하도록 하자는 대안을 제시했지만 새정치연합이 협상을 깨려고만 한다”고 말했다. 역시 의장실을 나온 김 의원은 “우리가 증인 명단에 김기춘을 빼고 대신 기관보고 대상에 비서실장이라고 명시하자는데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가족 대책위는 “국정조사 즉각 개시 및 성역 없는 진상조사를 촉구한다”는 손팻말을 들고 국회 본청 앞에 섰다. 그리고 외쳤다. “세월호는 우리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모든 국민의 이야기입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제발 잊지 말아주세요, 제발 함께해 주세요.”
하어영 서보미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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