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들 잇따라 체포했지만
정작 유씨 검거는 진전 없어
장기화될수록 망신살 우려
검찰 내부 ‘출구 고민’ 분위기속
박대통령이 검거 독촉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
정작 유씨 검거는 진전 없어
장기화될수록 망신살 우려
검찰 내부 ‘출구 고민’ 분위기속
박대통령이 검거 독촉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를 수사하는 검찰이 유 전 회장의 측근을 ‘일망타진’ 수준으로 체포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몸통’인 유 전 회장 검거 작전에는 좀처럼 진전이 없어 갈수록 진퇴양난에 빠져들고 있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은 유 전 회장 관계사인 ㈜흰달의 이아무개(57) 이사를 전날 새벽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5일 밝혔다. 검찰은 흰달 보유 부동산 가운데 상당수가 유 전 회장의 차명재산이라고 보고, 이 이사가 유 전 회장의 자금관리인인지를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의 처남인 권오균(64) 트라이곤코리아 대표도 4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권 대표는 유 전 회장 관계사 사장단 회의인 ‘높낮이 모임’의 좌장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유 전 회장 검거 작전은 진전이 없다. 대검 관계자는 “유 전 회장 검거를 위해 워낙 많은 인력이 풀려 있기 때문에 이곳저곳에서 관계 인물을 검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어를 잡으려고 여기저기 그물을 쳐놓았는데 피라미만 잡히는 형국이라는 말이다. 검찰 강력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도주중인 인물이 움직이면 뭐라도 흔적이 남게 돼 있는데 지금은 그런 상황도 아닌 것 같다. 마음먹고 ‘잠수를 타면’ 그걸 쫓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금수원 재진입 여부를 두고 재연되고 있는 기독교복음침례회 쪽과의 갈등도 골칫거리다. 인천지검은 유 전 회장의 도피를 총괄지휘하는 ‘김엄마’라는 여신도가 금수원에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기독교복음침례회에서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진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지난달 21일 압수수색에 이어 다시 진입을 시도하면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거 작전이 기약 없이 장기화하자, 검찰 내부에서는 ‘출구전략을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유 전 회장을 검거 때까지 기소중지하고, 나머지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는 얘기다. 인지수사 부서인 인천지검 특수부와 외사부가 검거 작전에 매달리느라 다른 업무를 못하는데다, 검거 작전이 장기화할수록 검찰이 감수해야 하는 망신의 정도도 커져간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까지 직접 유 전 회장 검거를 독촉하면서 검찰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빠져들고 있다. 박 대통령은 1일 ‘세월호 참사 위로와 회복을 위한 연합기도회’에서 “세월호 사고로 국민에게 피해를 준 유병언 일가가 법망을 피해 도망다니면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며 “비호 세력이 있다면 반드시 찾아내 엄벌하겠다”고 공언했다.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는 “일선 검찰이야 검거까지 책임져 수사에 마침표를 찍고 싶겠지만 현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내리는 편이 전체 검찰을 위하는 일인지는 수뇌부가 냉정하게 판단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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