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진(47)씨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가족 지성진씨
제주 가던 여동생 가족 중 3명 잃어
매제 조충환씨 어제 발견
“동생·조카 장례도 안치르고 기다려”
제주 가던 여동생 가족 중 3명 잃어
매제 조충환씨 어제 발견
“동생·조카 장례도 안치르고 기다려”
“솔직한 마음으로 저 배에 없는 거 같아 제일 걱정이 돼요. 덩치도 크고 키도 큰데 이렇게까지 안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4일 밤 진도실내체육관 앞에서 <한겨레>와 만난 지성진(47·사진)씨는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매제 조충환(44)씨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은 자정을 가리켰지만, 그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 조씨는 제주도 출장에 맞춰 아내와 초등학생 두 아들을 데리고 여행을 가던 길이었다. 제주도 물가가 비싸다는 얘기를 듣고 그의 아내는 찌개 재료까지 준비해 갔다. 그러나 살아남은 건 지씨의 작은 조카 요셉(7)이뿐이었다.
4월16일 오전 8시59분, 큰 조카 지훈(11)이가 다급한 목소리로 서울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할머니 배가 기울고 있어. 할머니가 기도해줘.” 지씨는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진도로 내려왔다.
요셉이는 실내체육관 선수대기실에서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었다. 영원한 이별이라는, 죽음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 요셉이는 외삼촌에게 물었다. “배에서 숨을 쉴 수 있어요, 없어요?” 사고 당시 요셉이는 아침을 먹고 5층 갑판에서 바다를 구경하고 있었다. 엄마와 아빠는 요셉이를 찾으러 다니고 있었다고 한다. 나중에 수습된 엄마가 구명조끼를 품에 꼭 안고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사고 사흘째인 4월18일, 지훈이가 사고 해역 근처 해상에서 발견됐다. 나흘 뒤에는 지훈이 엄마가 발견됐다. 지씨는 “먼저 발견한 동생과 조카의 장례를 아직 치르지 않았다”고 했다. 매제를 찾으면 함께 장례를 치르기 위해서다.
지씨의 간절한 바람이 통한 걸까. 5일 오후 3시께 그렇게 기다리던 매제의 소식이 들려왔다. 그의 예상대로 매제는 구명조끼를 입지 않고 있었다. “텔레비전 뉴스에 나온 사고 당시 동영상을 보니까 매제가 정작 자기는 조끼를 안 입고 구명조끼를 옆으로 전달하고 있더라고요. 늘 욕심이 없고 순수했던 사람이었어요.”
지난달 21일 이후 16일 만의 실종자 발견 소식이지만, 다른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은 더 무겁고 착잡해졌다. 조씨가 선체 내부가 아니라 침몰 지점에서 40㎞나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조씨의 주검은 전남 신안군 매물도 근처에 떠 있다가 지나가던 어선의 신고로 수습될 수 있었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주검 수습이 장기화할 것을 염두에 두고 사고 초기부터 ‘희생자 유실 방지 전담반’을 꾸렸다. 사고 해역 북서쪽 15㎞ 해상과 남동쪽 7㎞ 해상에 각각 8㎞와 5㎞ 길이의 그물을 설치하는 등 최대 반경 60㎞ 지점까지 포함하는 3단계 유실 방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씨가 발견된 지점을 감안할 때 또 다른 유실 주검이 있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직 가족에게 돌아오지 않은 실종자는 15명이다.
진도/서영지 기자 yj@hani.co.kr
조충환씨 주검 발견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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