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당시 학생들을 구하러 나섰던 안산 단원고 유니나(28·여) 교사가 사고 54일째인 8일 주검으로 제자들 곁에 돌아왔다.
세월호 침몰사고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이날 오전 선체에서 발견된 여성의 신원이 유 교사로 최종 확인됐다고 밝혔다. 앞서 대책본부는 현장 수색팀이 오전 10시35분께 선체 3층 중앙식당 의자 아래에서 수습한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여성의 신원 확인을 위해 디엔에이(DNA) 검사를 진행했다. 대책본부는 “희생자의 지문 상태가 좋지 않아 디엔에이 분석을 한 결과 저녁 8시40분께 단원고 유니나 교사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 유 교사는 상대적으로 탈출하기 쉬운 5층 객실에 있었지만, 다른 여교사들과 함께 학생들을 구하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가 결국 탈출하지 못했다. 유 교사와 같은 객실에 있던 2학년 2반 담임 전수영(25·여) 교사도 학생들을 구하러 아래층으로 내려간 뒤 지난달 20일 3층 식당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세월호 참사 4차 범국민촛불행동이 7일 저녁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 등을 촉구하고 있다. 행사 도중 특별법 제정 촉구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서명용지를 유가족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세월호 침몰 당시 유 교사가 담임을 맡았던 2학년 1반은 여학생반이었음에도, 10개 반 가운데 구조율이 가장 높았다. 선체 왼쪽 객실에 있던 이 반 학생들은 창문에 물이 차오르는 것을 보고 배 밖으로 탈출했기 때문이다.
구조된 1반 학생들은 그간 담임선생님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려왔다. 단원고 정문과 교실 창문에는 ‘유니나 선생님 너무 보고 싶어요. 빨리 나오세요. 많은 제자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선생님! 어서 아이들 손잡고 모두 함께 올라오세요’ ‘쌤(선생님) 사랑하고 보고 싶으니까 빨리 돌아오세요. (살아남은) 후배들은 제가 잘 보살필게요’와 같은 쪽지글들이 붙어 있다. 한 학생은 “수업시간에 주셨던 오차즈케(일본인이 즐겨 먹는 대표 음식) 진짜 맛있었어요. 다시 꼭 주셔야 해요”라고 적어 놓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학생들을 구조하다 희생된 단원고 교사 유니나씨가 끝내 차가운 주검으로 돌아왔다. 해경대원들이 8일 오후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유씨의 주검을 옮기고 있다. 진도/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학생들은 1반 담임이면서 일본어를 가르쳤던 유 교사가 평소 딱딱한 수업 분위기를 피하기 위해 스모 선수들의 가면을 쓰고 수업을 하는 등 각별히 노력하는 선생님이었다고 기억했다. 이로써 세월호 침몰사고의 사망자는 291명, 실종자는 13명이 됐다.
승무원 김아무개(61)씨에 이어 유 교사의 수습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책본부는 이달 말까지 실종자 전원을 수습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20일까지 잠수사와 장비를 총동원해 수색에 나서기로 했다. 광주/안관옥, 안산/김일우 기자
okahn@hani.co.kr
140416, 무엇을 할 것인가 [21의 생각 #2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