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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독일 정부, 시민단체 정책의견 적극 반영”

등록 2014-06-20 11:22수정 2014-06-20 17:26

한정화 베를린 코리아협의회 대표
한정화 베를린 코리아협의회 대표
한정화 베를린 코리아협의회 대표
“한국의 역동적 시민사회 운동을 알릴 수 있었으면…”
“시민운동이 얼마나 활발한가는 그 사회의 민주화를 가늠하는 척도입니다.”

독일 베를린의 한국 관련 시민단체인 ‘코리아협의회’의 한정화(41) 대표는 16일 “독일 정부는 새로운 정책을 마련할 때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현장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적극 반영하려고 노력한다. 이것이 독일 민주사회의 기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코리아협의회는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지지했던 독일과 한국 학자들을 중심으로 1990년 발족된 이후, 독일 시민을 대상으로 한국 관련 이슈를 알리는 구실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위안부 할머니 문제를 독일 사회에 알리고, 독일·폴란드·한국·일본 등의 청년들이 함께 과거사를 극복하는 국제교류 프로그램 ‘에프리’(EPRIE)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독일 사회는 시민운동을 하는 활동가를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하고, 환경, 인권, 여성, 노인 등 다양한 부분의 시민단체에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 시민단체 통해 ‘현장 목소리’ 정책반영 독일 사회가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존중한다는 평가는 한 대표의 경험에서 나온 말이다. 한 대표는 “위안부 관련 활동을 지원하는 ‘기억, 책임 그리고 미래’라는 재단 대표를 만났는데 ‘시민 활동가의 목소리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활동가를 정중히 대해주는 모습을 봤다”면서 “시민 활동가로 그렇게 ‘좋은 대접’을 받으면서 자부심이 느껴지기도 했고, 이것이 독일 민주 사회의 기초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독일의 여러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시민 활동가의 역할이 크다. 새로운 정책을 마련할 때 시민단체 활동가는 현장에서 당사자들의 문제를 알리는 가장 중요한 구실을 한다. 한 대표는 베를린에 있는 시민단체 ‘여성의 전화’를 예로 들었다. 베를린 여성의 전화는 가정폭력 피해 여성이 경찰이나 판사를 만난 이후에도 편견으로 인해 겪는 어려움을 보면서 사회 전반적인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부 차원의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여론을 환기시키고 종합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한 대표는 “현재 경찰과 판사들을 대상으로 각종 교육과 세미나를 열어 가정폭력, 성폭력에 대한 남성 중심적, 사회적 편견을 없애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 시민단체-정부, ‘동반자 관계’ 형성 한 대표의 말에 따르면 독일의 시민단체 활동은 정부나 다양한 재단의 지원을 받아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많은 시민단체가 독립성을 강조하면서 회비와 후원금으로 활동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 대표는 “시민단체가 이미 짜놓은 프로그램에 재정 지원을 하는데, 정부나 재단이 그 내용에 대해 간섭한다는 건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며 “인권이나 사회적 약자 등을 다루는 프로젝트도 결국 정부에 비판적인 내용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정부를 비판한다고 해서 지원을 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는 정부 재정 지원으로만 운영되는 시민단체도 있다. 타이 여성 인권 단체로 시작한 반잉(Ban Ying e.V.)이 그 예다.

“이를테면 정부 차원에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지만 효율적이지 않은 게 많았던 거예요. 도움이 필요한 당사자들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프로그램이다’라고 하면 그걸 지원해주는 게 효과적이란 걸 알게 된 거죠.” 친정부 또는 반정부 성향의 관계를 떠나 정부와 함께 독일 사회 전반을 개선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현재 코리아협의회가 진행하는 사업도 각각 다른 재단의 재정 지원을 받는다. ‘코리아포럼’ 잡지의 경우는 가톨릭 단체의 지원을 받는데 ‘북한 관련 내용이 50% 들어가야 한다’는 조건 이외에는 어떤 간섭도 받지 않는다. 한 대표는 “독일 미디어에 나오는 북한 관련 보도는 대부분 빈곤하거나, 우스꽝스러운 지도자 등 부정적인 모습뿐”이라며 “한국, 북한 사회의 다양하고 깊은 스펙트럼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이달 말 베를린, 폴란드의 바르샤바 등에서 열리는 국제교류 프로그램 ‘에프리’는 로베르트보슈재단의 지원을 받고 있다. 한 대표는 “보슈는 과거 나치 정권 때 협력했던 아픈 과거가 있어서 이런 재단을 통해서 국제적인 이해관계, 소통을 위한 프로젝트에 많이 지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이 더는 개발도상국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코리아협의회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범위는 한정돼 있다고 한다. 인권, 북한, 다른 개발도상국에도 피해자가 있는 위안부 할머니 문제 등 일부 주제에 대해서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 “한-독 시민단체 교류 활성화 기대” 한 대표는 한국과 독일 시민단체 간의 쌍방향 교류에 대한 희망을 나타냈다. 그는 “사회가 변화하려면 외부와 많은 교류가 있어야 하는데, 이주민 문제 등을 보면 한국은 아직 고립된 부분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다양한 인종의 이주민이 정착해 각양각색의 문화가 공존하는 베를린에서 보는 한국은 더욱 그렇다. “독일에서 싱글맘을 연구하는 단체가 전시를 여는데, 이런 전시를 한국의 여성 권익 단체와 연결해 한국에서도 전시를 열면 좋을 것 같아요. 이런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함께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어요.” 한 대표가 말하는 교류는 독일 것만 배우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다. 그는 한국의 시민사회 활동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서로 배우는 쌍방향 교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한국은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시민활동이 활성화돼 있는 것으로 아는데, 재독 동포로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민주화 운동을 통해서 민주화를 이룩한 역사가 있기 때문에 어려움 속에서도 시민운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활동가들의 자부심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회 전반의 다양한 주제를 활동 영역으로 하는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에 대해서는 “독일에서는 흔하지 않은 형태의 시민단체”라며 “이처럼 다른 모습의 시민단체와 단체 간의 활발한 연대에 대해서는 독일 사람들이 배울 것도 충분히 있지 않을까”라고 되물었다. 이런 쌍방향 교류는 코리아협의회가 지향하는 목표이기도 하다.

“독일 사람들은 해외에서 자꾸 찾아와 질문을 던지는데, 그 답을 하는 과정에서 독일 스스로도 배우게 됩니다. 굳이 해외로 나가지 않아도 자기반성을 하고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답을 찾아가는 거죠. 독일에서도 한국을 방문하고, 한국의 역동적인 시민사회운동을 알릴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베를린/이유진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객원연구원 heyday1127@gmail.com, 사진 야지마 쓰카사 photo521@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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