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대표 ‘사회에 드리는 글’ 발표하다 울음 터뜨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세월호를 잊지 말아 주세요”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세월호를 잊지 말아 주세요”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25일 오전 8시20분께 경기도 안산 단원고 정문은 눈물 바다였다. 지난 4월16일 세월호 침몰사고 때 구조된 이 학교 2학년 학생들이 사고 71일 만에 첫 등교를 했기 때문이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 학창시절의 ‘추억 만들기’에 나섰다가 사랑하는 선생님과 친구 대부분을 잃은 생존 학생들은 교복을 차려입고 등굣길에 나섰다. 학생들은 자신들을 지켜보는 희생 학생들의 부모와 교사들에게 인사하며 연실 흐느꼈다.
이날 생존 학생과 학부모들은 사고 후 첫 등교를 언론에 공개하기로 하고 학부모와 학생이 직접 작성한 글을 발표했다. 생존 학생을 대표해 나온 한 남학생은 ‘사회에 드리는 글’을 통해 참사 이후 겪은 극도의 공포와 친구를 잃은 슬픔을 낱낱이 표현했다.
특히 학생들은 “사람이 진짜 죽을 때는, 잊혀질 때라고 합니다. 다시한번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를 잊지 말아 주세요. 잊히는 순간 정말 모든 게 끝난다는 걸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희생된 친구들과 선생님들, 그리고 세월호를 부디 잊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라고 간곡히 당부하다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때문에 마지막 뒷부분은 학부모 대표가 대신 읽었다.
편지를 낭독한 학생들은 마중나온 희생 학생 유가족들에게 ‘잘 다녀오겠습니다’ 라고 일일이 인사를 했고, 유가족들은 어깨를 토닥이며 격려했다. 이런 인사가 이어지는 사이 학생과 유가족, 교사 모두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20여m에 불과한 언덕길을 지나 학생들이 교실로 들어가기까지 곳곳에서 흐느낌과 오열이 이어져 첫 등굣길을 지켜보는 주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또한, 숨진 친구들에 대한 미안함과 슬픔을 이기지 못한 일부 학생은 오열하다 교사의 부축을 받고 교실로 향했고. 일부 유가족은 교복을 입은 생존학생의 뒷모습을 보면서 주저앉아 통곡을 하기도 했다.
이날 학교로 복귀한 단원고 2학년 학생은 모두 73명이다. 먼저 학교에 복귀한 2명을 포함하면 사고 현장에서 생존한 학생 75명 모두 학교로 돌아간 셈이다. 생존 학생들은 사고 후 병원에서 퇴원한 뒤 이날까지 안산중소기업연수원에 함께 머물며 심리치료를 받아왔다.
안산/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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