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고 생존 학생 대표가 25일 아침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단원고로 사고 이후 처음으로 등교하기 앞서 “세월호를 잊지 말아 주세요” 등의 부탁이 담긴 글을 읽고 있다. 학생 대표 뒤에 사고 희생자·생존자 가족들이 생존 학생들을 격려하는 글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안산/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단원고 생존학생들 71일만의 첫 등교
일부 유가족, 자식 이름 부르며 주저앉기도
단원고 생존학생·유족들
‘71일만의 등교’ 눈물 포옹
73명 전원 손목에 노란 ‘기억팔찌’
국민에 “세월호 잊지 말아달라” 당부
20m 언덕길 지나는데 20여분 걸려
일부 유가족, 자식 이름 부르며 주저앉기도
단원고 생존학생·유족들
‘71일만의 등교’ 눈물 포옹
73명 전원 손목에 노란 ‘기억팔찌’
국민에 “세월호 잊지 말아달라” 당부
20m 언덕길 지나는데 20여분 걸려
“이제는 애타게 불러도 다시 만날 수 없는 친구들과 선생님이 있습니다. (중략) 사람이 진짜 죽을 때는 잊혀질 때라고 합니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를 잊지 말아 주세요.”(단원고 생존 학생 일동)
25일 오전 8시35분께 경기도 안산 단원고 정문 앞에는 ‘길고도 잔혹한 수학여행’에서 돌아온 이 학교 2학년생들이 탄 버스 4대가 도착했다. 말끔한 교복 차림의 학생들이 하나둘 버스에서 내리자 마중 나와 있던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 학생들의 부모들이 어깨를 들먹이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지만, 큰 죄라도 지은 듯 고개를 숙인 생존 학생 73명은 손목에 ‘remember 0416’(기억하라 4월16일)이라고 적힌 노란 팔찌를 차고 있었다. 세월호 사고가 난 4월16일 이후 71일 만의 등굣길에 앞서 학생 대표는 침몰사고 이후 생존 학생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희생된 친구와 선생님들에 대한 안타까운 심경, 사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엄벌, 무책임한 어른과 언론에 대한 질타가 담긴 ‘저희는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입니다’란 글을 읽어 내려갔다.
학생들은 이 글을 통해 “기자라는 말만 들어도 공포에 떠는 친구가 많다. 카메라 렌즈가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돌아왔다”며 기자들의 잘못된 취재 태도를 지적했다. 또 “에스엔에스(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너만 살아 나와 좋으냐’는 등의 메시지를 보낸 사람도 있었다. 이제는 그만해달라”고 호소했다. 학생들은 이어 “우리는 세상을 떠난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기억하며 추억할 것이다. 우리가 그들을 기억하듯 국민 여러분도 세월호를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글을 읽던 남학생은 감정이 복받쳐 울음을 터뜨렸고, 학부모 대표가 마지막 부분을 대신 읽었다.
힘겨운 등굣길에 오른 학생들은 희생 학생 부모들에게 한 명씩 다가가 숨진 친구들이 사고 전 아침마다 그랬던 것처럼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라며 깍듯이 인사했다. 유가족들은 마치 자식이 살아 돌아온 듯 어깨를 토닥이며 격려했다. 일부 학생과 유가족, 교사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특히 숨진 친구들에 대한 미안함과 슬픔을 이기지 못한 일부 여학생들은 목메어 울다 교사의 부축을 받으며 학교로 들어갔다. 축 늘어진 학생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일부 유가족은 숨진 자녀의 이름을 부르며 이내 주저앉아 통곡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돌아와 줘서 고맙다, 힘내라” 등의 말을 건넸고, 학생들이 교실로 들어가고 한참 뒤에도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학생들이 학교 정문에서 불과 20여m 남짓한 언덕길을 지나 교실로 들어가기까지 20여분이나 걸렸다.
이날 등교한 학생은 모두 73명이다. 먼저 복귀한 2명을 포함하면 세월호 사고 생존 학생 75명 모두가 학교로 돌아갔다. 사고 이후 안산중소기업연수원에서 합숙하며 심리치료를 받아온 이들은 이날부터 리모델링한 교실에서 정규수업과 심리치료를 병행한다. 박석순 생존 학생 학부모 대표는 “아이들을 계속 연수원에 두면 학교 적응이 더욱 힘들 것으로 판단해 교육청 등과 협의해 복귀를 결정했다. 아이들이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안산/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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