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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잊지 않겠습니다 9]
대나무숲 바스락거림 좋아했던 딸…별이 되어 아빠 가슴속으로 왔구나

등록 2014-06-26 20:29수정 2014-06-29 20:23

[잊지 않겠습니다 9]

‘청소년 VJ’ 김수정양-아빠가 딸에게

사랑하는 내 딸 수정아!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너무너무 미안하구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우리 딸 수정아! 미칠 듯이 보고 싶어 날마다 눈물이 나는구나.

너에 대한 기억과 추억이 점점 흐려질까봐 이 아빠는 겁이 난다. 수정이의 모습을 생각할 때마다 아빠의 가슴은 찢어지고 또 뭉개진다. 절망과 통곡의 강을 건너 너에게 달려가고 싶다.

엄마, 아빠, 언니, 동생 모두를 끔찍하게 사랑하고 또 사랑했던 우리 딸 수정아. 우리 모두 널 그렇게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기억하련다. 그래도 미안하고 또 미안하구나. 수정아! 너무너무 보고 싶다. 미칠 듯이…. 아려온다. 가슴이….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날을 생각할 때마다 심장이 뚫리는 고통으로 다가온다. 목이 터져라 울고 싶지만 숨어서 소리 죽여 가슴으로 울고 있다.

대나무 숲의 바스락거림을 좋아했던 내 딸 수정아! 영상제작 동아리 활동 하면서 좋은 카메라가 필요했을 텐데…. 엄마, 아빠 힘들까봐 아무 얘기도 하지 않고 밝기만 했던 내 딸 수정아. 이제는 별이 되어 아빠 가슴속으로 들어왔구나.

우리 착한 딸, 예쁘고 또 예쁜 딸 수정아! 사랑해….

김수정양은

수정이 아빠에게 전화했다. 아빠는 “안녕하세요?”라고 답한 뒤 울컥하며 말을 잇지 못하고 엄마에게 전화기를 넘겼다. “우리 딸 수정이는 4월20일 발견됐고…” 엄마는 말끝을 흐렸다. 이내 울먹이던 엄마는 다시 수정이의 언니(20·대학생)에게 전화기를 건넸다. 언니는 “엄마, 괜찮아~”라고 위로하며 전화를 이어받았다. 하지만 똑 부러지는 말투의 이 여대생도 사랑스러운 동생의 기억을 더듬다 이내 흐느꼈다. 더는 취재를 할 수 없었다. 대신 언니는 문자메시지로 동생을 소개했다.

단원고 2학년 2반 김수정(18)양은 비디오저널리스트(VJ·브이제이)가 꿈이었다. 유난히 영상제작에 관심을 보인 수정이는 영상제작 동아리에서 운영진으로 활동했다. 1학년 때는 선생님 요청으로 반 친구들의 동영상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때문에 수정이의 컴퓨터에는 직접 만든 동영상 수십 개가 남아 있다. 수정이는 학교에서 ‘엄마 같은 학생’이었다. 늘 소외된 아이들과 짝꿍이 돼 이들을 보살폈다고 언니는 전했다.

딸만 셋인 수정이네는 저마다 방이 있지만 수정이와 언니, 15살짜리 여동생은 날마다 거실에서 까르르 수다를 떨다 함께 잠들었다. 4월16일 이후, 엄마와 아빠는 이제 더는 딸들의 수다를 들을 수 없다.

안산/김기성 김일우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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