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구상금 청구 절차 돌입
세월호 참사 피해보상 등 사용
세월호 참사 피해보상 등 사용
정부가 세월호 참사 피해 보상을 앞두고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등을 상대로 법원에 4000억여원의 재산 가압류를 신청했다. 앞으로 낼 구상금 청구 소송에 대비한 것으로,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큰 규모다.
서울중앙지법은 국가를 대리하는 정부법무공단이 20일 유 전 회장 등을 상대로 4031억5000만원어치의 가압류를 신청했다고 26일 밝혔다. 가압류는 구상금 청구 등 본안소송 승소에 대비해 재산을 빼돌리지 못하도록 사전에 조처하는 것이다. 대상자는 유 전 회장을 비롯해 이준석(69·구속 기소) 선장 등 세월호 선원 9명, 김한식(71·구속 기소) 대표 등 세월호 소유사인 청해진해운 임직원 10명, 세월호 화물 하역업체 간부, 해운조합 간부, 유 전 회장 재산 명의수탁자 4명 등이다. 국가는 이들이 부동산, 선박, 자동차, 채권 등의 소유권을 다른 곳으로 돌리지 못하게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구상금 청구는 다른 사람의 채무를 대신 갚아주고 그 사람에게 다시 반환받는 절차다. 법무부는 유 전 회장 등에게 구상권 소송을 내 이런 재산으로 세월호 참사 희생자·유족에 대한 보상금과 세월호 인양 비용 등을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해양수산부는 세월호 인양에만 최대 1080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법무부는 “민사 책임을 부담해야 할 사람을 상대로 한 소송에 대비해서 그 재산 확보를 위해 가압류를 신청했다. 가압류를 신청하려면 그 사람들에게 얼마나 재산이 있는지 특정해야 하는데 현재 계산한 바로는 모두 약 4031억원이 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금액 규모가 커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한식 대표에게 세월호의 복원력 저하와 과적 사실을 보고받고 운항을 방치해 사고를 유발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유 전 회장을 기소하겠다는 방침이다. 법무부는 유 전 회장의 이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아내면, 구상권 행사가 쉬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유 전 회장 일가의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가압류함으로써 도주중인 유 전 회장 등을 압박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유 전 회장을 붙잡지도 못한 상태에서 구상금 청구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법원은 가압류 신청에 대해 보정명령을 내렸다. 보정명령은 금액과 사유, 명의수탁 여부 등에 대해 명확한 소명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번 가압류 신청은 모두 13건으로, 서울중앙지법 민사53단독 김진현 부장판사, 민사50단독 신영희 판사, 민사78단독 장찬 판사가 나눠 심리한다.
앞서 검찰은 400억원가량의 유 전 회장 일가 재산에 추징보전 명령을 신청해 법원에서 인정받은 바 있다. 추징보전은 형사 책임을 묻기 전 피의자 재산을 동결하는 조처로, 민사소송의 구상금 청구를 위한 재산 보전과는 다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대상이 대체로 겹친다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김선식 김원철 기자 kss@hani.co.kr
이슈세월호 참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