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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세월호 유족들, 단원고에서 팽목항까지 1900리 길 걷는다

등록 2014-07-08 17:20수정 2014-07-08 18:01

8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단원고등학교 앞에서 세월호 희생 학생들의 아버지 2명이 '하루속히 가족품으로'라는 깃발을 들고 진도 팽목항까지의 도보 대장정에 나서고 있다. 2014.7.8 /연합뉴스
8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단원고등학교 앞에서 세월호 희생 학생들의 아버지 2명이 '하루속히 가족품으로'라는 깃발을 들고 진도 팽목항까지의 도보 대장정에 나서고 있다. 2014.7.8 /연합뉴스
천주교 유족들 5kg 십자가 지고 세월호 참사현장까지
“아이들의 고통 천만분의 1이라도 느낄 수 있다면…”
“차가운 바닷속에서 숨져간 아이들의 고통을 천만분의 1이라도 느낄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경기도 안산 단원고 2학년 김웅기(17)군의 아버지 학일(52)씨와 이승현(17)군의 아버지 호진(56)씨, 승현군의 누나 아름(25)씨 등 3명이 750여㎞(1900리)의 길을 걷는다.

이들이 안산에서 전남 진도 팽목항을 거쳐 다시 대전으로 이어지는 ‘고난의 여정’에 나선 이유는, 잊혀져 가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실종자들의 조속한 귀환을 염원하기 위해서다.

이날 대장정에 앞서 <한겨레> 기자와 만난 두 아버지는 “꺼져가는 불씨 같은 존재가 돼 버린 세월호 참사의 기억에 다시 불을 지피고 희생된 아이들의 절규를 되뇌기 위한 최소한의 선택이자 작은 울림”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승현군의 아버지 이씨는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는 일, 책임을 물어 처벌하는 일, 특별법을 만드는 일 등 이 모든 것은 유가족의 입장에서, 또한 희생된 어린 아이들의 처지에서 접근하고 풀어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고난의 순례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웅기군의 아버지 김씨는 “희생된 어린 영혼들에 조금이라도 다가가 위로하고 잊혀져 가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염원을 담은 행진”이라고 덧붙였다.

이씨는 특히 “엄청난 고통 속에 숨져간 아이들의 영혼을 진실로 위로하고 아파하고 되새기는 국가가 정말 이 나라에 존재하고 있는지를 가늠해보는 대장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주교 수원교구 안산 와동성당 신자들인 이들은 길이 1m30㎝, 무게 5㎏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세월호 참사 현장까지 걷게 된다. 하루 20~25㎞의 길을 40여일 동안 걷는 고된 여정이다. 이들은 실종자들의 귀환을 기원하며 ‘하루속히 가족 품으로’라고 적힌 깃발을 드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함께 길을 떠나는 승현군의 누나 아름씨는 두 아버지의 여정을 기록하고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신들의 뜻과 행동을 알리는 역할을 맡았다.

숨진 채 발견된 자식을 하루 간격으로 품에 안았던 두 아버지는, 아들을 다시 만난 지 꼭 100일째가 되는 다음달 6일과 7일 노제도 지낼 예정이다. 이어 같은달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미사에 참석한다.

이씨는 “기회가 된다면 우리가 메고 간 십자가를 교황님께 선물로 드리고 싶다. 그게 어려우면 아직도 집에 있는 우리 아이의 곁에 놓아두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식을 아직도 떠나보내지 못해 승현군의 유골함을 집에 보관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오후, 아직도 자식들의 체온이 남아 있는 듯한 단원고 2학년 교실 책상에서 ‘고통의 기도’를 한 뒤 교사와 학생, 수녀들의 배웅을 받으며 머나먼 길을 떠났다.

안산/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천근아 "세월호 유가족, 쉽게 잊힐까 봐 두려운 고통" [한겨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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