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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잊지 않겠습니다 18]
어려운 이웃 돌보겠다던 속깊은 막내…보배로운 믿음, 천국서도 반짝이겠지

등록 2014-07-09 20:30수정 2014-07-10 16:24

‘나눔의 부자’ 꿈꾼 박주희에게 엄마가

사랑하는 막내딸 주희야.

주님이 기뻐하시는 딸이 되기를 원하며 지은 이름 주희. 주희 일기장에는 ‘미래의 꿈을 키우며 성공하고 부자가 되면 어려운 이웃을 돌보며 살겠다’는 내용이 있더구나. 겉보기에는 그렇게 의젓했는데, 너를 잃고 책상 서랍에 피부 관리법이 적힌 쪽지가 들어 있는 것을 보니 막내딸이 참 평범한 여학생이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단다.

힘든 사춘기 시절을 겪으면서 많은 것을 포기하고 절제하며 생활했던 주희를 좀 더 이해하고 보듬어주지 못한 것만 생각이 들어 마음이 무너지는구나. 아빠도 ‘주희가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땐 아빠가 제일 먼저 주희 옆에 있어 주겠다’고 늘 이야기하곤 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못해 항상 눈물로 미안해하신다. 하지만 주희는 보배로운 믿음이 있었기에 천국에서 해같이 빛나고 있으리라 믿는다.

우리 가족, 회복과 치유의 삶으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도록 기도해줘. 사랑의 표현이 서툴고 부족했던 엄마를 용서하고 천국에서 늘 행복하거라. 우리 막내딸 주희, 우리 가족이 많이 많이 사랑해. 하늘나라에서는 편히 쉬기를 바라.


•박주희양은

안산 단원고 2학년 2반 박주희(17)양의 꿈은 ‘나눌 수 있는 부자’였다. ‘부자가 돼서 모든 사람에게 나눠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한다.

주희는 목사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성실하고 검소했다. 자기관리가 철저해 공부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스스로 생각해서 행동했다. 삼남매 가운데 막내딸이었지만 무척 어른스러웠다. 때문에 엄마에게 잔소리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고 한다.

유명상표 옷을 사준다고 하면 늘 싫다고 했고, 시간이 날 때 놀러 가자고 해도 “지금 필요한 게 아니다”며 거절했다. 용돈을 아껴서는 늘 책을 샀다.

한번은 주희를 좋아하는 남학생이 집 근처 놀이터에 찾아와 촛불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놓고 주희에게 사랑 고백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주희는 “지금은 공부를 해야 할 때”라며 받아주지 않았다.

그랬던 주희도 아무도 모르게 짝사랑했던 선배 오빠가 있었다. 딸의 유품을 정리하던 엄마가 일기장을 보다 알게 됐단다. 일기장에는 짝사랑하는 오빠에게 수줍어 말 한마디 못 건네고 고민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주희는 완벽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모범생이었지만, 짝사랑으로 고민하는 평범한 여학생이기도 했다. 세월호 사고 나흘째인 4월19일 숨진 채 발견됐다.

안산/김일우 김기성 기자 cooly@hani.co.kr, 그림 박재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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