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세월호 생존 단원고 2학년 학생 40여명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혀달라는 깃발을 들고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단원고를 출발, 걸어서 국회로 향하고 있다. 학생들은 16일 오후 서울 국회의사당에 도착할 예정이다. 2014.7.15 연합뉴스
‘세월호 특별법’ 표류에 학교 복귀 20일만에 거리로
“단식 농성중인 부모님들 위로…참사의 진실 밝히려”
“단식 농성중인 부모님들 위로…참사의 진실 밝히려”
무더위가 이어지는 15일 오후 5시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앞에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모였다. 4월16일 일어났던 끔찍한 세월호 참사로부터 살아돌아온 생존 학생들이다. 이들은 학교로 돌아간 지 20일 만에 거리로 나왔다. 이번에도 ‘어른’들 때문이다.
단원고 생존 학생들은 학교 수업을 마친 5시20분 단원고등학교 앞에서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향해 도보행진을 시작했다. 이틀에 걸쳐 35㎞를 걷는 대장정이다. 끔찍한 사고가 남긴 상처와 친구들을 잃은 아픔을 치유하는데 집중해야 할 학생들이 그 먼 길을 걸어 국회로 향하게 된 이유는 표류하고 있는 ‘세월호특별법’ 때문이다.
정치권은 사고의 진상을 규명하고 다시는 이같은 끔찍한 사고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세월호특별법을 재정하기로 합의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4일 “여야의 이해관계를 떠난 문제”라며 세월호특별법을 이번 임시국회까지 통과시키기로 여·야가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야와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는 특별위원회의 구성과 독립적인 수사권과 기소권을 특별위원회에 부여하는 사안을 두고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7월 임시국회는 17일로 끝난다. 결국 가족대책위는 14일 국회 본청 앞과 광화문에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이를 지켜보는 학생들의 속은 타들어갔다. 사고의 진상을 규명해 희생된 친구들을 위로하고 유가족들을 지원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세월호특별법이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표류하고, 위로받아야 희생자 유가족들이 거리로 내몰리는 모습을 지켜볼 수만 없었다. 학생들은 “친구들을 잃은 서러움과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라며 행진을 결심했다. 이들은 “국회와 광화문에서 농성중인 부모님들을 위로하고 참사의 진실을 밝혀달라는 두가지 소망을 가지고 출발합니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날 자정무렵까지 서울시립근로청소년복지관에 간 뒤 다음날 아침부터 다시 시작해 낮 1시45분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도착할 계획이다.
안산/허승 기자 raison@hani.co.kr, 그래픽 조승현 기자 shcho@hani.co.kr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단원고 생존 학생들 도보 행진 [한겨레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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