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경기 안산을 출발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 도착한 단원고 2학년 세월호 침몰사고 생존 학생들이 국회 울타리에 노란 리본을 매달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세월호 참사 석달] 단원고생들, 국회까지 1박2일 행진
“세월호 진실을 밝혀주세요”
물집·근육통에도 꿋꿋한 걸음
지켜보던 유족들 눈시울 적셔
시민들 응원 먹거리·행진 동참
학생들 “부모님들 단식만은…”
가족대표 “밝아진 모습 고마워”
“세월호 진실을 밝혀주세요”
물집·근육통에도 꿋꿋한 걸음
지켜보던 유족들 눈시울 적셔
시민들 응원 먹거리·행진 동참
학생들 “부모님들 단식만은…”
가족대표 “밝아진 모습 고마워”
국회가 가까워질수록 함께하는 이들이 눈에 띄게 불어났다. 전날 행진을 시작할 때만 해도 학생 38명과 교사·학부모·시민단체 20여명에 불과했지만,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이 보이기 시작할 즈음에는 500여명으로 늘었다. 이들을 응원하는 시민·학생들이 행진에 동참해 발걸음을 보탰다. 대열의 앞과 끝도 300여m로 길어졌다.
전날 오후 5시 경기 안산 단원고를 걸어서 출발한 세월호 생존 학생들이 16일 오후 3시20분 목적지인 국회에 도착했다. 학생 4명이 뒤늦게 친구들을 찾아 합류해, 도보행진 학생은 42명으로 늘었다. 한여름 땡볕과 아스팔트의 열기를 견디며 47㎞를 걸어온 학생들을 맞이한 것은 세월호 희생자·실종자 가족들과 시민 400여명의 박수였다.
학생들은 국회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던 친구들의 부모님들에게 “사랑합니다”라고 크게 외쳤다. 학생 대표 신아무개군과 전명선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 부둥켜안았다. 신군은 학생들이 도보행진 중에 쓴 편지들을 가족들에게 전달했다. 지켜보던 이들의 눈가에 물기가 번졌다. 김형기 부위원장은 “딸아이 친구들을 봤더니…”라고 말하고는 말을 잇지 못했다.
학생들은 친구들을 기리는 마음을 적어 가방에 달았던 노란 깃발들을 국회 울타리에 하나하나 꽂았다. 그러고는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학생들은 몰래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유경근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힘들게 살아서 돌아온 아이들인데 특별법 처리 때문에 여기까지 걸어오다니 정말 미안하다”고 했다.
이날 새벽 1시37분 출발지인 단원고에서 31㎞를 걸어 숙소인 경기 광명시 서울시립근로청소년복지관에 도착한 학생들의 발에는 물집이 잡혔고, 일부 학생들은 근육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들이 묵은 숙소에는 새벽부터 아침까지 치킨과 빵, 바나나, 직접 만든 쿠키 등 시민들의 ‘응원 간식’이 쏟아졌다.
학생들을 응원하는 마음은 행진 동참으로 이어졌다. 숙소 앞에서 학생들을 기다리다 함께 출발한 시민들은 처음에는 120명 정도였다가 여의도 들머리에서는 500여명으로 불어났다. 박미정(40)씨는 “학생들이 행진으로 전해주는 메시지가 큰 울림을 주고 있다”고 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나왔다는 서울 구로중 2학년 김민규양은 “오빠, 언니들이 힘들어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밝은 모습으로 웃어주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고 했다.
함께 걷지 못하는 이들은 행진 코스 곳곳에 ‘미안합니다. 분노합니다. 함께합니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유가족 참여 특별법 제정’ 등의 플래카드와 손팻말을 들고 응원했다. 서울 영등포구 우신초등학교 앞에서는 시민 30여명이 “힘내요”라고 응원했고, 학생들은 활짝 웃으며 “감사합니다”라고 화답하기도 했다.
시민들의 응원에 한 단원고 학생은 “고맙고, 힘이 됩니다. 그리고 미안해요. 괜히 우리 때문에 이 더운 날 거리에 나와서…”라며 미안해했다. 다른 학생은 “여의도에 오니 완전 좋아요. 정말 이렇게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고 계시는 줄 몰랐어요”라며 웃었다. 학생들은 국회에 머물고 있는 친구 부모님들 생각에 “단식만은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며 걱정하기도 했다.
학생들의 도보행진을 인솔한 장동원 생존자 가족 대표는 “참사 이후 아이들이 어제만큼 밝은 모습은 처음 봤다”고 했다. “행진에 반대하는 부모님들도 있었지만 도보행진에 나서길 잘한 것 같아요. 참사 때 숨진 친구들을 위해서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아이들에게 치유가 되는 행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김규남 허승 기자 3strings@hani.co.kr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단원고 생존 학생들 도보 행진 [한겨레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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