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겠습니다 23]
엄마의 전부였던 딸에게
널 보낸 지 90일째.
“엄마의 딸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이렇게 말하면 씩 웃었는데, 이젠 그 미소와 목소리는….
계단을 올라오는 발걸음 소리만 들리면 네가 현관문 열고 들어올 것 같고, 누우면 뒤에서 안아줄 것 같다. 배고프다고 식탁에 앉아 간식을 찾을 것 같고, 방문을 열면 책상에 앉아 공부할 것 같다. 쉴 때면 친구들과 카톡하며 킥킥 웃을 것 같아. 엄마는 너 없는 삶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넌 엄마의 희망이었고, 넌 엄마의 생명이었다. 이런 널 보내고 네가 없는 이 세상을 숨 쉬고 살고 있다는 게 너한테 미안하구나.
초등학교 때 그림에 소질 있으니 그림 공부하라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면 “그림 그리면 돈 많이 들어간다“고 하던 아이. 고등학교 진학 때 샌생님이 주아는 그림에 소질이 있으니 예술고등학교 보내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씀하셨지. 그런데 선생님 말씀 따라 추천하는 학교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엄마만 생각한 것 같아 가슴을 치며 후회한다.
대학교 꼭 가보고 싶다고 자기 앞날을 설계하며, 서울에 있는 시각디자인학과 있는 대학교 검색하며 지방이 아닌 서울로 갈 거라고 말하던 우리 주아. 너와 했던 약속, 너의 꿈을 향해 준비했던 우리 주아. 약속 지키지 못해서 미안하고, 너의 꿈 펼쳐주지 못해서 미안해. 엄마 꿈에 나타나 말했던 것처럼 꼭 다시 태어나 대학도 갈거라던 말, 꼭 그렇게 해.
네가 우리 가족에게 주고간 17년의 사랑을 잊지 않고, 네가 주고 간 추억들을 하나 하나 생각하며 너에 대한 그리움으로 너에 대한 사랑으로 엄마, 아빠, 언니는 널 그리워하며 살다가 네게 가련다. 네가 있는 그곳에서 친구들과 선생님 말씀 잘 듣고 행복해야 한다. 엄마를 만날 그날까지. 나의 전부였던 나의 분신 주아야, 사랑해.
내 목숨을 잃은 엄마가
사랑하는 주아에게.
주아야. 네가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이 사고가 잊혀 가는 것 같아서 언니는 너무 마음이 아파. 매일 부모님 말씀 듣지 않는 나와 다르게 너무 착하고 올바르게 큰 너라서 보내기가 너무 힘들었던 것 같아.
나한테, 아니 우리 가족에게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어. 아직도 네가 없다는 게 실감이 안나. 네 방에 들어서면 보이는 네 영정사진을 볼 때마다 눈을 못 쳐다보겠어. 금방이라도 눈물이 날 것 같아서….
매일 밤 잠들기 전 불켜진 네 방을 보면 아직도 공부하고 있을 네가 생각나 잠을 못 이뤄. 공부와 거리가 먼 네가 부모님의 기대를 많이 샀었는데…. 그래서 부담감도 컸었고, 너도 나름대로 스트레스 받으면서 내색 한 번 안 했지. 공부하는 시간이 길어서 게임을 몰아서 했던 널 혼냈던 게 아직도 후회가 돼.
내가 대학생 때 휴강이 날 때면 빨리 자기도 대학생 되고 싶다고 쉬고 싶다고 했었지. 그렇다고 영원히 쉬어버리면 엄마랑 아빠랑 언니는 어떻게 살라고 이렇게 가버린 거야?
우린 엄마의 단둘뿐인 딸인데 이젠 나 혼자라는 게 너무 싫어. 그렇게 예쁘고 날씬하고 똑똑한 너였는데, 그립고 보고 싶다 주아야. 추모관에 못다한 이야기 더 써 놓을게. 그리고 내 친구들이 한마디씩 하고 싶다고 해서 언니가 적어줄게. 꼭 봐.
널 너무나 사랑하는 언니가.
우리 천사 주아, 하늘나라에서 잘 살고 있지? 연락 좀 해-우빈이 오빠
주아야 많이 추웠지? 이제 따뜻한 곳에서 마음 편하게 하고 싶었던 거 하면서 편히 쉬길 바랄게-규상이 오빠
주아야 천국에선 행복해-윤섭이 오빠
주아야 언니는 간단히 한마디를 못하겠다. 정아 언니 철들게 니가 많이 도와주고 엄마, 아빠께 못다한 효도 언니가 할 수 있도록 예쁜 동생으로 도와줬으면 해. 주아가 천사가 됨으로써 그립고 슬펐지만 주아가 꼭 행복했으면 좋겠어. 네 가족이 다 함게 만나는 그날까지 꼭 행복하고 좋은 것만 봤으면 좋겠어. 이 마음이 너에게 꼭 전해지길 언니는 간절히 바란다. 사랑해. 예쁜 주아-민희언니
나도 가끔이지만 집에서 주아도 보고 가족들도 보고와.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편하게 있어. 금방 또 주아 찾아갈게. 언니랑 엄마, 아빠 잘 보살펴줘. 잊지 않을게. 우리 천사 사랑해.-유진이 언니
김주아양은
이슈세월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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