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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유병언 유령’ 쫓아 40여일 헤맨 검·경

등록 2014-07-22 19:54수정 2014-07-22 22:25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디엔에이(DNA) 분석 결과 사망했다고 공식 확인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주검이 발견된 전남 순천시 서면 신촌리의 매실밭에서 22일 오전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치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순천/연합뉴스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디엔에이(DNA) 분석 결과 사망했다고 공식 확인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주검이 발견된 전남 순천시 서면 신촌리의 매실밭에서 22일 오전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치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순천/연합뉴스
뉴스분석 초유의 검거작전 ‘대망신’
군까지 동원한 초유의 합동검거작전은 허망한 ‘실패’로 막을 내렸다.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무능하고 허술한 정부의 민낯은 사고 책임자로 지목한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검거 실패에서도 여실히 반복됐다.

경찰은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시에서 발견된 주검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디엔에이(DNA) 분석을 통해 22일 유씨의 사망을 공식 ‘확정’했다. 주검의 오른손 둘째 손가락 지문 역시 그의 것으로 확인됐다. 숨진 정확한 시점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지난 40여일을 이미 숨진 그를 쫓는 데 국가의 수사력을 대량 허비한 셈이다.

유씨는 세월호 사고 초기 구조 실패 등 참사에 따른 정부 책임론을 돌리는 핵심 표적이었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이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유씨 일가 수사에 나서면서 정부 책임론은 잦아드는 모양새가 됐다. 검찰은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금수원, 연예인 신도 등 여론의 관심을 끄는 ‘자극적 소재’를 건드리며 대대적 수사에 나섰다. 정치적 목적의 징벌적 수사라는 비판이 일부 제기됐지만, 김진태 검찰총장은 “이런 사건엔 돼지머리 수사도 필요하다”며 수사를 독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 유씨 주검 몰라보고
검찰선 사망자 영장 재청구
145만명 동원 ‘깜깜이 수색’
박대통령, 5차례 검거 촉구

순천서장 직위해제·지청 감찰
검경, 책임론 진화에 ‘진땀’

유씨 일가 추적은 국가 총동원령을 방불케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계엄상황도 아닌데 군까지 동원됐고, 전국 일제 반상회도 소집됐다. 밀항설, 외국대사관 망명 시도 등 소문과 추측 보도가 쏟아졌지만, 유씨의 주검은 그의 도주 행적이 유일하게 확인됐던 전남 순천 송치재휴게소에서 불과 2.5㎞ 떨어진 곳에 있었다.

경찰 “유병언 전 회장 주검” 판단 근거
경찰 “유병언 전 회장 주검” 판단 근거
무엇보다 먼저 경찰의 ‘무개념’ 대처가 문제로 지적된다. 경찰은 유씨를 코앞에서 놓친 송치재휴게소 부근에서 노령의 주검을 발견하고도 ‘단순 변사자’로 간주했다. 경찰은 송치재 주변을 55차례 연인원 8116명을 동원해 수색했다지만 이미 확보한 주검은 눈여겨보지 않았다. 유류품, 손가락 절단 등 신체 특징이 충분히 의심할 만한 상황이었음에도 무시했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주검의 디엔에이가 유씨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21일 저녁 7시30분께 보고받았다”고 했다. 유 전 회장 검거에 연인원 145만여명을 동원한 경찰조직의 수장이 ‘깜깜이’ 지휘를 해온 셈이다.

세월호 참사를 수사하고 변사사건 처리를 지휘한 검찰도 기본을 망각한 건 마찬가지다. 주검이 발견된 곳을 관할하는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디엔에이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그 주검과 유씨의 연관성을 전혀 따져보지 않았다. 한 부장검사는 “변사사건은 조금이라도 미심쩍어 보이면 검사가 직접 검시를 나가서 주검을 살펴보고 유류품도 직접 확인해봐야 한다”며 “평상시도 아니고 유씨 검거에 총력을 기울이던 때인데 순천지청이 어떻게 일처리를 이렇게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디엔에이 검사 결과가 나온 21일 유씨의 6개월짜리 구속영장을 재발부받으며 ‘반드시 검거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촌극을 연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개석상에서 무려 다섯 차례나 유씨의 검거와 엄벌을 지시하고 채근하며 추적 작전의 총지휘자 역할을 자임했다. 그러나 유씨가 변사체로 발견되면서 박 대통령도 체면을 구겼다. 일개 사건 피의자의 검거를 이렇게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강조한 대통령은 일찍이 없었다.

‘국가 대개조’ 구호를 다시금 무색하게 만든 이번 헛소동으로 책임 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 경찰청은 이날 우형호 순천경찰서장을 전격 직위해제했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청와대에 불려 들어가 강도 높은 질책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변사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순천지청 감찰조사를 지시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 책임론이 잦아들지는 미지수다.

노현웅 송호균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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