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세모그룹회장의 시신이 전남 순천에서 발견한 가운데 유씨가 도피 중에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메모를 검찰이 확보해 법원 증거물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는 거울을 봐야 제대로 읽을 수 있게 거꾸로 쓰여 있다. 2014.7.22 /시사IN 제공 (서울=연합뉴스)
도피중 메모에 “나 여기 선 줄 모르고 요리조리 찾는다” 검찰 조롱
사인 두고 의혹과 추측 난무…경찰 “외상 없어…타살 흔적 못 찾아”
고령이어서 자연사 가능성도…2차 부검에서 정확한 사인 결론날 듯
사인 두고 의혹과 추측 난무…경찰 “외상 없어…타살 흔적 못 찾아”
고령이어서 자연사 가능성도…2차 부검에서 정확한 사인 결론날 듯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은 구원파 신도들의 열정적이고 조직적인 ‘호위’를 받으며 검찰과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다녔다. 유씨가 도피 중에 작성한 메모에는 ‘나 여기 선 줄 모르고 요리조리 찾는다. 기나긴 여름 향한 술래잡기가 시작되었다’고 쓰기도 했다. 도피 생활에 대한 나름의 ‘자신감’까지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런만큼 갑자기 주검으로 발견된 유씨의 사인을 두고 여러 의혹과 추측이 나온다.
유씨는 왜 죽었을까. 구원파 신도들의 밀착 호위를 받던 유씨가 타살됐다면, 측근이나 구원파 내부인에 의한 소행일 가능성이 있다. 경찰은 “칼자국이나 주변의 발자국 등 타살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게다가 유씨를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구원파 신도들이 그를 해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자살 가능성도 제기된다. 외상이 없기 때문에 독극물을 삼켰을 개연성이 있다. 가방에서 발견된 술병도 이런 의심의 근거가 된다. 경찰은 “독극물 검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2차 부검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독극물이 검출되더라도 자살인지 타살인지를 가르는 명확한 기준은 되지 못한다.
70대 고령인 유씨가 장시간 산속에서 도피하다 자연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은 “급하게 도주하는 과정에서 유씨가 (산 속에서) 밤을 지새웠다면 저체온증 등의 자연적 이유로 사망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 5월25일 검경이 유씨가 은신하고 있던 전남 순천 송치재휴게소 근처 별장을 급습했을 때, 유씨는 구원파 신도들과 떨어져 홀로 급히 도망친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구원파 신도가 ‘회장님 혼자 두고 왔다’는 진술을 하기도 했다. 혼자서 어두운 산속을 헤매다 굶은 상태에서 저체온증으로 숨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유씨의 사망 시점을 5월25일 이후로 추정한다면, 변사체로 발견된 6월12일까지 최대 19일 사이에 80% 가량이 백골화한 셈이다. 야산의 매실밭이라곤 하지만, 가능한 일일까? 이윤성 서울대 의대 교수(법의학)는 “5월 말, 6월 초의 기온, 야생동물의 활동이 활발한 시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 정도 백골화가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유벙언 추정 변사체 발견 위치
이슈세월호 참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