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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정신충격·생활고·배신감…‘버려진’ 진도

등록 2014-07-23 16:54수정 2014-07-23 22:13

양식업·어업 발 묶이고
관광객 발길 끊겨
정부 재난지역 선포 떠들썩했지만
심리치료비 자비부담 떠넘겨
“가구당 85만원 쥐여준 게 전부
피해확인 노력조차 안했다”
지난 4일 진도군 조도면 어민 김아무개씨가 세상을 등졌다. 미역·톳 양식과 멸치잡이 등으로 생계를 꾸리던 김씨한테 4월16일 세월호 침몰사고는 악몽의 시작이었다. 생존자 수색 작업이 길어져 사고 해역에서 멀지 않은 양식장 관리에 애를 먹었다. 수입이 급격히 줄었다. 그만큼의 울화가 가슴 한구석에 켜켜이 쌓였다. 험난한 인생의 항로에서 세월호 참사라는 암초까지 만난 김씨는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세월호 참사 100일째를 맞으며 진도 주민이 겪는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실종자 수색 작업이 끝나지 않아 진도의 양식업과 어업은 여전히 발이 묶여 있다. 상·하조도와 관매도 등 섬 지역에는 관광객의 발길이 끊겼다. 생활고보다 더 견디기 어려운 건 대형 참사에 따른 정신적 충격, 그리고 정부에 대한 배신감이다. 정부는 사고 발생 닷새 만인 4월21일 진도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며 진도 주민의 피해 지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지금껏 달라진 건 거의 없다.

김남중 ‘세월호 참사에 따른 진도군 범군민대책위원회’(대책위) 간사는 23일 “특별재난지역 선포 이후 이뤄진 피해보상은 일부 섬 어민에게 생활안정자금이라며 가구당 85만3400원씩 쥐여준 게 전부다. 정부는 진도 주민이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 직접 확인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견디다 못한 대책위는 15일 정부가 아니라 서울 여의도 국회의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등을 찾았다. 대책위가 파악한 진도 주민 피해 상황을 알리고 대책 마련을 호소하려는 자리였다.

세월호 참사에 따른 정신적 충격은 심각하다. 보건복지부와 전남도청, 진도군보건소, 국립나주병원 등이 함께 꾸린 재난심리지원단은 5월부터 이달 초까지 진도군에 속한 8개 섬 지역 어민 등을 대상으로 순회 심리상담을 진행했다. 세월호 생존자 구조 작업에 직접 참여한 어민이나 사고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주민의 심리적 안정과 일상생활 복귀를 돕겠다는 취지에서다. 세월호 사고 해역에서 가까운 조도면 동·서거차도(6월17~18일)와 관매도(6월24일), 대마도(6월25일) 어민 20여명을 대상으로 한 심리상담도 이뤄졌다.

정부에 대한 진도 주민의 불신은 그 이후 더 커졌다. 정부가 어민 10여명에게 집중적인 심리치료가 필요하다고 판정한 뒤 병원비는 각자 부담하라고 알린 것이다. 심지어 사고 당일 현장에서 많은 생존자를 구해 ‘세월호의 영웅’으로 불리는 대마도 어민 김아무개씨도 ‘병원비는 본인 부담’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진도 어민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병원비 부담 탓에 심리치료를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조도면 동거차도리의 차아무개씨는 “심리상담 일주일 뒤 다시 연락해온 의료진이 병원비 개인 부담을 조건으로 추가 심리치료를 받으라고 해, 어이가 없어서 그냥 ‘괜찮다’고 대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정한 의료비 지원 범위는 사고 희생자·실종자 가족과 구조 작업에 참여한 이들로 한정된다”며 “진도 어민은 의료비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세월호 100일, 고장난 저울 [한겨레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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