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실종자를 찾은 뒤에 그 가족과 손잡고 같이 팽목항을 떠나겠어요.”
김수옥 한국재난구호 경기지부장은 세월호 참사 이틀 뒤인 4월18일부터 진도 팽목항을 지키고 있다. 그는 가족들과 자원봉사자들의 식사를 챙긴다. 김 지부장은 “팔·다리·허리 성한 데가 없다”면서도 팽목항을 떠나지 않고 있다. 보름 전 태풍 ‘너구리’가 지나갈 때도 남은 이들의 끼니를 책임졌다. 김 지부장은 “이렇게까지 오래 봉사를 하게 될지 몰랐지만 힘든 사람들을 두고 그냥 갈 수는 없다”고 했다.
실종자 가족들이 머무는 진도실내체육관의 살림꾼으로 통하는 장길환(50)씨도 “마지막 사람이 나올 때까지 지키겠다”는 이들 가운데 한 명이다. 체육관으로 오는 구호 물품은 모두 그의 손을 거친다.
가족들에게 필요한 일을 찾아 지원하는 일도 그의 몫이다. 세월호 사고 100일째인 24일은 장씨가 체육관을 찾아 봉사를 시작한 지 100일째 되는 날이기도 하다. 체육관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진도군 의신면에 사는 장씨는 세월호 사고 보도를 접하고 바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사흘 정도면 끝날 걸로 알았어요. 가족들의 아픔을 보고 떠날 수 없어 지금까지 하게 됐네요.”
장씨는 지척에 있는 집에도 가지 않고 체육관 매트리스에서 잠을 청한다. 6월 말에는 1주일간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실종자 가족들과도 어느 새 ‘한식구’가 됐다. “한 실종학생 아버지가 ‘형님은 내 친형님’이라고 해요. 진짜 가족처럼 지닙니다.”
양수영(40)씨는 4월23일부터 실종자 가족들과 고된 수색으로 지친 잠수사들의 물리치료를 돕고 있다. “한창 많을 때는 하루에 수십명씩 물리치료를 했는데, 요즘은 5명 정도로 줄었다”고 했다. 당연히 줄어야 하지만, 100일이 되도록 이곳에서 봉사를 필요로 하는 이들이 남아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했다.
자원봉사자들을 관리하는 전라남도 자원봉사센터는 23일 “진도실내체육관과 팽목항에는 주중 100여명, 주말 15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여전히 가족들을 돕고 있다”고 밝혔다.
진도/이재욱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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