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아들 잃은 어머니, 실종자중 옛 스승 알아보고 “아 선생님…”

등록 2014-07-23 21:42수정 2014-07-24 08:14

[세월호 100일]
단원고 안주현군 어머니 김정해씨
중학교 은사 양승진 선생님 발견
다시 진도 찾아 “어서 나오세요”
김정해(44)씨는 지난 6일 막내동생한테서 전화를 받았다. 부산에서 세월호특별법 제정 촉구 서명운동을 마치고 경기 안산으로 올라오는 길이었다. “언니, 분향소 사진을 봤는데 우리를 가르치셨던 그 양 선생님이 맞아.” 수화기 너머 동생 목소리가 떨렸다.

기막힌 일이었다. 김씨는 세월호 사고로 아들 안주현(17)군을 잃었다. 그리고 아직 뭍으로 나오지 못한 세월호 실종자 10명 가운데 단원고 양승진 선생님은, 알고 보니 김씨가 경기 부천여중 3학년이던 1985년 사회 과목을 가르쳤던 은사였다. 21일 진도에서 만난 김씨는 “동생에게서 전화를 받고 이런 일이 또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머리가 어지러웠다”고 했다. 동생 전화를 받기 전까지 김씨에게 양 선생님은 그저 아들의 생활지도 담당 선생님,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단원고 선생님이었다.

양 선생님은 김씨와 두 동생까지 세 자매 모두를 가르쳤다. “딱딱한 사회 과목을 재밌게 가르치셨던 분”, “언니와 다투지 말라고 동생을 타이르던 선생님”이었다.

김씨는 진도를 오가는 다른 유가족들한테서 양 선생님의 부인이 진도체육관에 머물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그러나 곧장 체육관을 찾아가지는 못했다. 세월호특별법 제정 서명을 받느라 바쁘기도 했지만, 도저히 진도에 다시 갈 엄두가 나질 않아서였다. 김씨는 “아이를 잃은 아픈 기억, 체육관 앞 생존자 명단에 아들 이름이 없어 절망했던 기억 탓에 진도에 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고 했다.

‘전화만 드릴까’ 망설이고 고민하다, 김씨는 결국 용기를 내어 지난 21일 진도를 찾았다. 그리고 ‘사모님’ 유백형(53)씨의 손을 잡았다. “너무 늦게 찾아뵙습니다. 미리 알아보지 못해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김씨에게, 유씨는 “2대가 제자인 경우는 흔치 않을 텐데, 찾아와줘서 너무 고맙다”고 했다. 유씨는 “남편이 교사 초임 시절 부천여중에서 재직했다. 단원고 제자의 어머니까지 남편의 제자였다니 만감이 교차한다”고 했다. 김씨는 “절망 속에서도 그나마 힘을 내시는 것 같아 다행”이라며 위로를 건넸다. 그리고, 헤어지기 전 두 사람은 오랫동안 서로를 꼭 껴안은 채 말없이 아픔을 나눴다.

진도/이재욱 기자 uk@hani.co.kr

길 위에서 [21의생각 #295]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