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학계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인이 미궁에 빠진 1차적 원인을 ‘법의학자가 빠진 현장 검시’에서 찾고 있다.
박종태 대한법의학회 회장은 2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브리핑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고 “경찰만이 유씨 주검이 발견된 현장에 갔기 때문에 신원 확인이 늦어졌다. 만일 법의학자가 함께 갔다면 (경찰과) 다른 의견을 낼 수 있었을 텐데 우리나라는 이런 시스템이 안 돼 있다”고 했다.
법의학자에 의한 현장 검시는 한국 법의학계의 숙원 과제다. 박 회장은 “우리나라는 법의학 전문가가 40여명 밖에 안 된다. 이 사람들이 (전국민) 5000만명의 죽음과 관련한 일을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일반적으로 변사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이 현장에서 주검의 외양을 살핀 뒤 범죄 의심이 가지 않으면 검사 지휘를 받아 단순 변사 처리를 하곤 한다. 지난 달 12일 유씨의 주검이 발견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전문적 지식이 필요할 때 법의학자의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지만, 발견 현장에 경찰과 법의학자가 동시에 나가는 경우는 드물다. 현재 현장에 나갈 수 있는 법의학자는 전국적으로 4개팀 9명에 불과하다.
이숭덕 서울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법의학자들이 현장에 나가게 되면 객관적 입장에서 수사기관이 간과한 부분들에 대한 조언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재욱 기자 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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