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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잠실 싱크홀은 제2롯데월드 때문일까요?

등록 2014-08-01 19:37수정 2014-08-01 20:19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오늘 제가 들려드릴 얘기는 요즘 도시 이곳저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싱크홀’에 관한 것입니다. 싱크홀은 지반이 내려앉으면서 지면에 커다란 구멍이 생기는 현상을 말한답니다. 최근 서울을 비롯한 국내 도시 여기저기서 이런 일들이 있었죠. 대체 왜 이런 땅 꺼짐 현상이 발생하는 걸까요?

원래 싱크홀은 기반암이 석회암인 지역에서 주로 발생합니다. 빗물에 섞인 이산화탄소가 석회암의 탄산칼슘을 녹여서 깔때기 모양으로 웅덩이를 만든다고 하네요. 한국엔 석회암이 많은 강원도 정선, 충북 단양 등지에 이런 웅덩이가 많은데, 요즘 도시에서 발생하는 싱크홀은 석회암보다는 지하의 물과 관련이 깊습니다.

지표면으로 흡수된 물은 땅속에 모여 지하수가 됩니다. 지하철이나 고층건물을 지을 때 지하로 깊게 파내려가면 이 지하수가 모여듭니다. 인간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난 뒤의 지구 상황을 가정해서 쓴 앨런 와이즈먼의 과학논픽션 <인간 없는 세상>을 보면, 인간이 일제히 사라지고 난 이틀 뒤 뉴욕의 지하철역과 통로에 온통 물이 들어차 통행이 불가능해집니다. 펌프로 물을 빼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죠. 서울에서도 지하철역 등 인간이 만든 지하 공간으로 하루 17만t의 지하수가 흘러듭니다. 서울 지역의 지반이 석회암이 아니라 단단한 화강암, 편마암이라지만 물이 빠져나가면서 흙이 쓸려가 생긴 빈 공간이 정말 괜찮은지는 의문입니다.

지하수 유출로 인한 지반 침하 문제가 가장 우려되는 곳은 역시 국내 최고층으로 지어지는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 주변입니다. 지하 6층 지상 123층 규모인 제2롯데월드를 짓기 위해 롯데건설은 약 37m까지 파내려갔습니다. 제2롯데월드 바로 옆 석촌호수의 수심이 4~5m이니 호수 바닥보다 훨씬 깊게 판 것이죠. 자연스레 이곳으로 지하수가 흘러듭니다. 제2롯데월드로 흘러드는 지하수는 하루 450t가량. 보통 생수공장의 하루 생산량이 250~600t이니까 생수공장 하나쯤 만들어도 될 만한 양입니다. 주변 지반 침하에 대한 우려가 나올 만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잠실엔 잇따라 싱크홀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롯데 쪽은 공사 현장이 화강암 지반 위에 있어 붕괴 위험이 없다고 설명했고 서울시도 지난해 12월 안전성에 영향이 없다는 전문가 자문회의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최근 발생한 싱크홀에 대해서도 관할인 송파구청은 ‘인근 건물 하수관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고 합니다. 하수관으로 물이 새어나와 도로 아래 흙이 쓸려나갔고 이 때문에 빈 공간이 생겨 도로가 무너져내린 것이란 설명입니다. 하지만 다른 의견을 내는 이들도 있습니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나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토목공학) 등의 말을 들어보면, 롯데월드 건설 부지는 과거 하천 지역이었습니다. 옛 지도를 보면 지금의 석촌호수가 한강 본류였고 잠실은 ‘하중도’란 이름의 섬이었습니다. 잠실이 개발되면서 한강 본류는 지금의 광진구와 잠실 사이로 옮아갔고 물길이 막히면서 석촌호수가 만들어진 것이죠. 석촌호수 주변은 과거 강바닥이었던 곳으로 모래나 자갈이 두텁게 쌓여 있습니다. 실제 이 지역의 투수 계수(물이 흙을 통과하는 속도)는 일반 지형의 100배에 이른다고 하네요. 이 때문에 지하수가 빠져나가면 물길을 통해 흙이 쓸려내려가 주변 지반이 내려앉는 싱크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박 교수는 최근 발생한 싱크홀에 대해서도 “20년 전 건물주가 하수관을 연결한 게 왜 이제야 문제가 되느냐”고 반박합니다. 하수관이 터진 것이 단순히 노후화 때문이 아니라 지반 전체가 내려앉으면서 주변 지하 시설물이 틀어지고 금이 가는 것이란 얘깁니다. 롯데가 영국 엔지니어링 업체와 한국지반공학회 등에 조사를 의뢰했다고 하니 결과를 두고 봐야겠지만 주민들의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박기용 사회부 24시팀 기자
박기용 사회부 24시팀 기자
한때 과테말라나 중국 쓰촨성 등지에서 발생한 깊이 100m, 60m 크기의 초대형 싱크홀 사진이 화제가 됐습니다. 그 나라 정부들은 “열대성 폭풍이 몰고온 집중호우 탓”, “자연현상”으로 설명했지만 결국 원인은 부실한 배수체계 또는 오랜 가뭄 탓에 지하수를 갑자기 너무 많이 퍼올렸기 때문으로 밝혀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지반 아래 지하수의 흐름을 면밀히 파악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싱크홀도 결국 인간의 환경 파괴, 막개발에 대한 자연의 경고인 셈입니다.

박기용 사회부 24시팀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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