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겠습니다]
‘분위기 메이커’ 수경이에게 언니가
세상에 하나뿐인 사랑하는 내 동생 수경이에게.
수경이가 수학여행 떠난 지 어느덧 넉 달이 거의 다 됐어. 우리 수경이, 친구들이랑 사진 많이 찍고 잘 지내고 있어? 수경이가 제일 싫어하던 여름이 벌써 왔어. 지금쯤이면 덥다고 짜증냈을 텐데…. 아직도 집에는 수경이 흔적들이 가득해서 내일이라도 수경이가 “수학여행 잘 다녀왔다”며 선물 사들고 집에 올 것만 같아. 언니는 방에 혼자 있으면 옆 침대에 누워서 이어폰을 끼고 동영상 보면서 큭큭대던 수경이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생각나. 그런데 이젠 그런 수경이가 옆에 없다. 언니는 어릴 때부터 항상 맛있는 거 먹거나 좋은 곳 있으면 여기 꼭 수경이 데려가야겠다 하고 수경이 데려가곤 했는데, 물론 수경이는 귀찮아 했었지만 그래도 좋았지?
우리 막둥이 수경아. 수경이가 언니 생일 때마다 예쁜 그림 그려서 편지 써주는 거 받아만 봤지, 언니는 써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치? 이제 언니는 누구랑 맛집을 가고 누구랑 엽기사진은 찍지? 우리 이쁜이의 빈자리가 너무 크다. 언니가 생각하는 행복한 미래에 수경이가 없다는 생각을 하면 너무 가슴 먹먹하고 답답해. 언니가 할 수 있는 게 우는 거밖에 없어서 더 가슴이 아파. 언니가 수경이 있을 때 더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수학여행 간다고 신나서 옷 사러 가자고 했던 게 마지막일 줄 알았으면 더 예쁜 옷 사줄걸. 놀러가서 맛있는 거 많이 사먹으라고 용돈이라도 줄걸. 후회뿐이야. 사랑하는 수경아. 거긴 어때? 수경이가 좋아하는 선선하고 시원한 날씨였으면 좋겠다. 그래도 그곳에 수경이 친구 해인이도 있고, 다른 친구들이 함께 있으니까 걱정 안 할게. 밉지만 이 못난 언니 생각도 가끔 해줘. 저번에 언니가 수경이 보러 갔다 온 날 사고 날 뻔했을 때도 수경이가 언니 지켜줬잖아. 앞으로도 아빠, 엄마, 오빠, 언니 하늘에서 지켜봐 줘. 우리도 여기서 수경이 걱정되지 않게 때로는 웃으면서 잘 지내고 있을게. 아직 구조되지 못한 친구들도 빨리 사랑하는 부모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수경이가 도와줘.
예쁜 수경아. 언니가 표현은 못했어도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이기적이었고 못났던 언니 미워하지 마. 언니가 먼저 보내서 미안해. 정말 사랑해. 수경이 따뜻한 손 잡고 싶어. 이제 겨울에 손, 발 차가운 언니 손 누가 잡아주니? 언니가 돈 많이 모아서 맛있는 거랑 갖고 싶은 거 다 사줄게. 다시 꼭 만나자. 그날을 위해서 언니 힘낼게.
못난 언니의 동생으로 태어나줘서 너무 고맙고 사랑해. 언니가 먼저 보내서 미안해. 언니가 표현에 익숙지 못해서 많이 안아주지도, 손을 잡아주지도, 사랑한다고도 말 못했던 게 너무 후회된다. 많이 보고 싶으니까 꿈에 자주 놀러 와줘. 사랑해 김수경. 엄마, 아빠, 오빠가 많이 보고 싶어해.
수경이가 너무 보고 싶은 하나뿐인 언니 소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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