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세월호 진상규명, 아이들의 국가신뢰 회복하는 중요 과정”

등록 2014-08-20 20:19수정 2014-08-20 20:21

세월호 참사 이후 교사들의 생각
세월호 참사 이후 교사들의 생각
[‘세월호 세대’ 목소리를 듣다] 서울·경기 교사들 집단좌담
‘위험 대처때 일체 권위 거부’
주체적 각성이라기보다는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의미
신뢰 전제돼야할 교육 ‘막막’

협력교육 했던 학교 학생들
자발적 모금·촛불집회 참석
입시교육서 벗어날 계기돼야
사회 전반에 대한 신뢰의 추락, 이러한 내용의 고2 의식조사 결과를 받아본 교사들은 한결같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위험에 처하게 될 때 ‘내 판단에 따라 행동하겠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나온 것에 대해 주체적 각성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누구도 신뢰할 수 없다는 의미로 매우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이번 교사 집담회는 따돌림사회연구모임 대표 김경욱 교사(단대부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안산지회장 김명하 교사(안산고), 지혜복 교사(한강중), 김연오 교사(남양주 금곡고) 등이 참여했고, 참교육연구소에서 이루어졌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위험에 대처하는 방식이 교사나 선장 등 일체의 권위를 거부하는 것은 물론 ‘친구와 의논해서 결정‘하는 협력적 대응도 아니라는 점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듯했다. 고2들이 느낀 슬픔, 분노, 우울, 절망의 감정들에 대해서도 “국가 등 사회 전반에 대한 분노가 급증하면서 사회 변화가 필요하다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너무 절망이 커 체념의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김명하 교사)고 비관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세월호를 통해 학생들이 우리 사회의 민낯을 생생하게 마주 보게 되면서 개혁이 필요하다는 각성의 과정으로 봐야 한다”(지혜복 교사)는 다른 해석도 있었다.

명문대 진학이 최고의 가치였으나 이것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입시 위주 교육이 워낙 단단해서 눈에 띄는 변화를 현장에서 찾기는 어렵다. 그래도 현재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기는 된 것 같다”(지혜복 교사)는 평가와, “세월호 희생자에 대해 보상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막상 대학 특례입학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이다. 아이들의 가치관이 당장 크게 바뀌기는 어려울 듯하다”(김명하 교사)는 평가로 엇갈린 진단을 내렸다.

조사를 통해 나타난 신뢰의 추락은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에 대한 교사들의 혼란으로 이어지는 듯했다. 김경욱 교사는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사회 구조에 대해 막연한 신뢰가 있었는데 이것이 무너져버렸다.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며 “교육이라는 것이 공통의 신뢰를 전제로 해야 가능한데 앞으로 뭘 이야기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따라서 교사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수업하기가 더 힘들어졌다고 한목소리로 털어놨다. 김경욱 교사는 “진실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발언하기가 참 힘들다. 자꾸 자기 검열을 하게 되면서 스스로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고, 김연오 교사는 “교사 통제와 복무규정 강화가 심해지고 있다. 세월호 계기수업을 하려면 교장의 사전 결제가 있어야 한다는 공문도 내려왔다”며 “교사들의 자괴감이 매우 크다. 교실 자체가 세월호 같다는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고 말했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진상규명이 절실하다는 것이 집담회에 참석한 교사들의 한결같은 의견이었다. 지혜복 교사는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해서 진상규명을 위해 우리 사회가 노력하고 싸우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 이 자체가 아이들의 국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김경욱 교사는 특히 “아이들은 누구의 잘못인지를 이미 다 영상으로 보고 알고 있다는 점에서 세월호 참사는 이전의 다른 사건과 다르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학생들의 사회에 대한 신뢰는 추락을 넘어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갈 위험성이 크다는 풀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교실의 변화에 대해 지혜복 교사는 “부모들이 아이들을 꽉 잡고 있다”며 이제 “당장 학업에 집중해야 하니 세월호 이야기는 그만하자는 부모들의 영향 때문에 아이들도 관심이 적어지게 된 듯하다”고 비관적으로 평가했다. 김명하 교사는 “사고 후 두달까지는 충격이 지속되면서 수업시간에 울컥하는 아이도 많았지만 지금은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고 학교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참사 직후엔 “학생회장이 에스엔에스(SNS)로 한번 모아보자고 올렸더니 이틀 만에 엄청나게 물품 모금이 될”(김연오 교사) 정도로 관심과 실천 의지가 높았지만 분노와 관심은 출구를 찾지 못하면서 사그라지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사들의 자성 분위기 등 긍정적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지금의 입시, 경쟁 중심의 교육 패러다임이 이제는 한계에 이르렀다는 절박함과 위기의식이 교사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인데, 지혜복 교사는 “가만히 있으라는 말로 대변되는 아이들의 주체성을 억압하는 교육 방식의 문제가 심각하다. 교사들 사이에서 자기반성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연오 교사는 “나도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라고 하진 않았는지 괴로웠다. 나와 학생이 함께 세월호에 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순간순간 울컥해진다”고 토로했다. 더불어 “진보 교육감의 대거 진출에서 나타나듯이 경쟁과 입시 중심의 교육이 변해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요구가 매우 높아지는 듯하다”(지혜복 교사)며 학부모들의 변화 요구에 주목하는 흐름도 있었다. 변화의 방향에 대해 교사들은 현재의 경쟁, 입시교육에서 협력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명하 교사는 “안산에서 세월호 이후 학생들의 행동을 보면 협력교육을 했던 학교와 그렇지 못했던 학교 간 차이가 많이 난다”고 하면서 협력교육을 했던 학교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모금도 하고 촛불집회도 참석하는 등 주체적으로 대응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협동을 통해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고, 생각의 힘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hgy4215@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